멜로니 총리 결정할 문제…이탈리아 이탈 땐 中 타격 예상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이탈리아가 대만과 반도체 협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참여 철회를 검토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0일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이탈리아 정부가 최근 대만 정부와 타이베이에서 반도체 생산·수출과 관련한 논의를 했다면서 관련 소식통들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이들 소식통은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결정할 문제이지만, 일대일로 사업을 접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대일로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2012년 말 제18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권좌에 오른 뒤 2013년부터 중국 주도로 추진돼온 중국-중앙아시아-유럽 간 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이다.
일대(一帶)는 중국 서부-중앙아시아-유럽을 잇는 육상 실크로드, 일로(一路)는 중국 남부-동남아시아 바닷길-아프리카-유럽으로 이어지는 해상 실크로드다.
2019년 3월 당시 주세페 콘테 총리는 이탈리아를 국빈 방문한 시진핑 주석과 에너지·항만·항공우주 등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는 걸 골자로 양해각서(MOU)를 맺고 일대일로 참여를 공식화했다.
이탈리아가 주요 7개국(G7) 국가 가운데 일대일로에 참여한 유일한 사례였다는 점에서 이탈리가 빠질 경우 중국에 작지 않은 타격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멜로니 총리가 일대일로 참여 철회를 결정하지 않는다면 양국 간 협약은 2024년에 자동 갱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이탈' 가능성은 여러 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우선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지난 18일(현지시간) 총 430억 유로(한화 약 62조원)를 투입해 EU의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는 반도체법 시행에 합의해 대만과의 관계 강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이탈리아도 이 대열에서 이탈할 수 없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특히 근래 이탈리아 정부의 고위 관리들이 타이베이를 방문해 반도체 기술 협력 회담을 한 것은 대만과의 관계 강화 의지를 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대만은 이탈리아 밀라노에 '밀라노-타이베이 사무소'(辦事處·판사처)를 조만간 개설할 예정이다. 대만의 개설 요구에 이탈리아가 호응한 것이다. 판사처는 경제분야에 치중한 비공식 외교채널로 실질적으로 대사관과 총영사관 역할을 한다.
다만 멜로니 총리 집권 이후 이탈리아 정부는 대만에 대한 중국의 정책을 비판해오던 과거와는 달리 그와 관련된 비판을 삼가는 등 조심스러운 행보를 하고 있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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