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투자 60.3%↓…정책금융기관, 성장단계별 '맞춤형 지원'
민간 투자 유도…복수의결권 도입·은행권 출자 한도 확대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임수정 오지은 기자 = 글로벌 경기 둔화로 벤처·스타트업 업계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정부가 10조원이 넘는 정책자금을 추가 투입한다.
은행권 및 벤처 캐피탈 관련 규제를 풀어 민간 투자 활성화도 유도한다.
금융위원회와 중소벤처기업부는 20일 국무총리 주재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이런 내용이 담긴 '혁신 벤처·스타트업 자금지원 및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 벤처 성장단계별 지원 강화…R&D 투자에 4.7조원 투자
금융위와 중기부는 벤처·스타트업 업계에 정책금융(보증·융자) 2조2천억원, 정책 펀드 3조6천억원, 연구개발(R&D) 4조7천억원 등 총 10조5천억원을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가 지난 1월 벤처 기업에 29조7천억원의 정책자금을 신규 투입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3개월 만에 추가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에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로 인한 투자심리 위축까지 겹치며 올해 1분기 벤처 투자액이 작년 동기 대비 60.3% 급감하는 등 신생 회사들의 자금난이 심화하고 있다.
정부는 기업 성장단계별로 필요한 자금 수요를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데 중점을 뒀다.
창업 초기기업(창업 3년 이내)은 성장 자금 조달, 중기 성장 기업(3~7년)은 후속 투자 유치, 후기 성장기업(7년 이후)은 상장과 인수·합병(M&A)을 통한 자금 회수 등에 애로를 겪고 있다.
이에 창업 초기 성장 단계 회사에는 기술보증기금과 신용보증기금이 총 1조2천억원의 보증을 추가 공급하기로 했다.
투자 소외 영역인 엔젤투자 및 지방 혁신기업에 대한 보증기관 투자를 600억원 확대하고, 기업은행[024110]이 자회사를 설립해 스타트업 투자를 지원하는 1천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한다.
12개 국가전략기술 관련 연구개발에 올해 4조7천억원을 투입한다.
창업 중기 성장 단계 회사를 위해서는 정책금융 3천500억원을 추가 공급한다. 후속 투자를 받지 못해 자금난을 겪는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세컨더리 펀드(벤처펀드가 투자한 주식을 매입해 수익을 올리는 펀드로 기존 만기 도래 펀드의 회수를 돕는 수단)의 조성 규모를 기존 5천억원에서 1조5천억원으로 3배 늘리고, 매출채권 안전망 강화를 위해 5천700억원을 투입한다.
후기 성장 단계 회사를 위해서는 해외 진출과 M&A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산업은행은 3척억원 규모의 '글로벌 진출 지원 펀드'(가칭)를 신규 조성하고 한국벤처투자는 해외 정책금융기관과 공동으로 출자하는 펀드를 확대한다.
기업은행은 소규모 M&A 활성화를 위해 1천억원 규모의 특별 대출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 은행 등 민간투자 유도…스톡옵션 부여 대상 확대·복수의결권 도입
정부는 과감한 규제 개선으로 은행권 및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의 투자 활성화도 유도한다.
은행의 벤처펀드 출자 한도를 2배(자기자본의 0.5→1%) 확대하고 민간 벤처 모펀드 활성화를 위해 주요 출자자인 법인의 출자 세액공제를 신설한다.
CVC가 국내 창업기업의 해외 자회사를 대상으로 투자할 경우 국내 기업 대상 투자로 간주하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M&A 목적 펀드의 신주 투자 의무(현재 40% 이상)를 폐지하고, 상장사 투자 규제(현재 최대 20%)도 없앤다.
벤처 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제도 개선도 함께 이뤄진다.
정부는 벤처기업법 시행령을 개정해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부여 대상을 변호사 등 전문자격증 보유자에서 학위 보유자와 경력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벤처기업이 다양한 외부 전문가를 활용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또 벤처기업 및 창업주의 지분 희석 우려 없이 대규모 투자 유치를 통해 성장할 수 있도록 주당 10주 한도의 제한적 복수의결권을 조속히 도입한다.
비상장 벤처기업 창업자에게 복수의결권 주식발행을 허용하는 내용의 벤처기업법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1년 넘게 계류 중이다.
벤처기업 확인 시 바이오, 정보통신(IT) 등 업종별로 특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평가지표를 고도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바이오 기업의 경우 매출이 없어도 임상 진행단계를 평가지표에 반영하는 식이다.
정부는 또 벤처기업법의 2027년 일몰을 폐지해 상시법 체계에서 안정적으로 벤처기업의 성장을 지원할 계획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금융위와 중기부가 역량을 모아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게 됐다"며 "여러 차례 현장의 어려움을 직접 접한 만큼 속도감 있게 자금을 집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투자가 집행되지 않는 것은 경제가 안 좋아 경제 주체들이 위축돼 있어서 그런 것"이라며 "근본적인 회복은 시간이 지나야겠지만, 이번 대책으로 시장의 불안심리를 완화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민간 벤처 모펀드 결성 지원, 글로벌 혁신특구 조성, 스마트 제조 혁신 고도화 추진, 스타트업 코리아 종합대책 등 추가적인 지원 대책도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벤처기업의 복수의결권과 관련해서는 "금융위와 협의하고 있고 국회 여야 의원들도 지속적으로 만나 우려 점을 해소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다음번에 통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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