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암 생존자는 심장병의 전통적인 기저 위험 요인(underlying risk factor)들과 무관하게 장기적으로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퀸메리 런던 대학 바츠 의생명과학 연구 센터(Barts Biomedical Research Centre)의 자라 라이시-에스타브라그 교수 연구팀이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 데이터베이스 중 암 병력이 있는 1만8천714명(평균연령 62세, 3분의 2 여성)의 심혈관 건강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의 과학 뉴스 사이트 유레크얼러트(EurekAlert)가 19일 보도했다.
이들은 폐암(313명), 유방암(9천531명), 전립선암(3천291명), 혈액암(2천230명), 자궁암(937명), 대장암(2천412명) 병력이 있었다.
연구팀은 이들과 연령, 전통적 혈관 위험인자를 매치시킨 암 병력이 없는 같은 수의 대조군과 함께 약 12년간 심혈관 건강 상태를 추적했다.
암 생존자들은 거의 3분의 1이 나중에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혀 발생하는 허혈성 심장질환, 뇌졸중, 부정맥, 심부전, 심장의 전기 흐름 손상, 정맥-동맥-폐 혈전, 심낭염(pericarditis) 중 한 가지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심혈관 질환 위험은 폐암 병력자가 49.5%로 가장 높았고 그다음이 혈액암 병력자 48.5%, 전립선암 병력자 41% 순으로 나타났다.
암 생존자는 19%가 사망했다. 대조군에서는 8.5%가 사망했다.
암 생존자의 1차 사망 원인은 12명 중 한 명이 심혈관 질환이었다.
혈액암 생존자는 특히 모든 유형의 심혈관 질환 위험이 높았다. MRI 영상에서도 심장의 크기와 기능에 임상학적으로 유의미한 변화가 관찰됐다.
혈액암 환자는 치료 과정에서 심장 조직에 해로운 항암화학요법과 심장을 덮고 있는 흉벽을 표적으로 하는 방사선 치료를 받게 마련이다.
유방암 생존자도 심부전, 비허혈성 심근병증(non-ischaemic cardiomyopathies), 심낭염 진단율이 높게 나타났다. MRI 영상에서도 심장 기능의 변화가 관찰됐다.
이는 모두 관찰 연구 결과인 만큼 암 병력과 심혈관 질환 위험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음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라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또 연구 대상자 중 폐암과 자궁암 생존자는 그 수가 많지 않았고 암의 병기(stage)와 특수 항암 치료에 관한 정보가 없어 연구에 반영되지 않은 점 등으로 이 결과에는 한계가 있음을 연구팀은 인정했다.
이와 함께 연구 대상자 대부분이 백인이기 때문에 이 결과가 다른 인종에는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암 생존자가 심혈관 질환 위험이 높아지는 것은 암과 심혈관 질환이 혈관 위험인자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암 자체의 생물학적 진행 과정 및 치료와 연관이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지금까지 나타난 대부분의 증거들을 보면 암 진단 후 첫해에 심혈관 합병증 위험이 가장 높다. 그러나 이러한 연관성을 장기간에 걸쳐 추적한 연구는 거의 없다.
이 연구 결과는 영국 의학 저널(BMJ: British Medical Journal) 자매지 '심장'(Heart) 최신호에 발표됐다.
s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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