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오르겠지만 한국 물가에 영향 제한적"
엄우종 사무총장 "ADB 총회, 아시아 회복·연대·개혁에 초점"
(마닐라=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주요 선진국들의 성장세 둔화에 따른 수요 약화가 올해 한국경제 성장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ADB 요띤 진자락 시니어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8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에 있는 ADB 본부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이런 전망을 내놨다.
그는 올해 미국과 유럽이 1% 미만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면서 선진국들의 성장세가 확연히 둔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선진국들의 수입이 한국 수출의 절반을 차지하는데 이들 국가의 약화한 수요가 올해 한국경제의 성장을 약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월별 데이터도 이러한 수출 약세를 반영하고 있고 특히 한국의 주된 수출 품목인 반도체의 세계적인 수요 침체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앞서 ADB는 이달 아시아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1.5%로 예상한 바 있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치와 같고 기획재정부·한국은행·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전망치(1.6%)보다는 낮다.
우리나라 수출은 지난달까지 전년 동월 대비 기준으로 6개월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요띤 진자락 이코노미스트는 다만 한국 정부의 '상저하고' 전망에 대체로 동의한다면서 특히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폐지가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봤다.
그는 "중국의 해제 정책이 (작년) 12월에 시행되기 시작돼 이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가 아직 올해 초 데이터에 반영되고 있지는 않지만, 그 효과가 조만간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위드 코로나' 전환에 따라 한국의 제조업 수출과 방한 중국인 관광객이 늘 것이라는 설명이다.
세계 반도체 경기가 올해 하반기부터 점차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올해 긍정적 요인으로 꼽았다.
요띤 진자락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 조치 등에 따른 유가 상승이 한국 물가 상승세에 끼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그는 "중국의 수요가 확대되고 세계적으로 공급 제약이 지속됨에 따라 올해 중 유가는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올해 브렌트유 평균 단가를 배럴당 88달러로 예상하는데 이는 작년도 평균(100달러)보다 12%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에 작년과 비교했을 때 올해 유가가 대체로 올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의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 경제의 미래 위험 요인과 관련해서는 "고령화의 진전이 한국경제 성장 잠재력의 저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고령인구의 급격한 증가는 재정건전성 유지에 구조적인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생산성 증대를 위해서는 근로 인력 감소를 완충하는 자동화, 고급 이민 인력 유치를 위한 인센티브 제공, 고령 인력의 근로 유지 및 확대를 위한 정책적 노력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ADB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사회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1966년에 설립된 국제기구다. 현재 한국을 포함해 역내 49개국, 역외 19개국을 회원국으로 두고 있다.
ADB는 내달 인천 송도에서 제56차 연차총회를 연다. 한국에서 ADB 연차총회가 개최된 것은 1970년 서울, 2004년 제주에서 각각 열린 이후 19년 만이다.
엄우종 ADB 사무총장은 "이번 ADB 연차총회는 '다시 도약하는 아시아: 회복, 연대, 개혁'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코로나19가 지나가고 온라인 생활도 끝나가므로 ADB와 한국은 지역 및 글로벌 커뮤니티를 재건하기 위해 협력해 개발도상국이 전염병에서 회복하고 전 세계의 개발 파트너와 다시 연결되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ADB의 한국사무소 설립 계획과 관련해서는 "한국과 ADB는 기후변화에 대한 혁신 기술 분야의 기술 이전을 촉진하기 위해 한국에 지식 허브를 구축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encounter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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