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CNBC 방송 보도…수요 증가·이상 기후 등 악재 겹쳐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국제 설탕 가격이 최근 11년 사이 최고 수준으로 치솟고 있으며 예상되는 기상 이변으로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 CNBC 방송은 19일(현지시간) 설탕 가격이 수요 증가에다 향후 작황에 부정적인 기후 예보마저 더해지면서 최근 급등했다고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원당(raw sugar) 선물 가격은 최근 수일간 파운드당 24센트까지 오르면서 근래 11년 사이 최고가에 도달했다.
지난 16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도 지난달 세계 설탕 가격지수는 127.0으로 올해 1월(116.8)에 비해 약 9% 올랐다고 전했다. 가격지수는 2014∼2016년 평균 가격을 100으로 두고 비교해 나타낸 수치다.
지난달 설탕 가격지수는 지난해 10월과 비교해 약 17% 높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설탕 분석가 지리시 침왈은 CNBC 방송에 설탕 생산국에 확산하는 기후 리스크들을 언급하며 "설탕과 관련한 기본 여건들을 보면 가격에는 단기적으로 상승 요인"이라고 말했다.
가격 상승은 더 값비싼 소비재 형태로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으며, 이미 전 세계적으로 관련 가공식품 가격은 오르고 있다.
설탕 가격 상승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겹쳐 있다.
최근 수주 사이 아시아 주요 생산국의 사탕수수 작황에 부정적인 계절이 오면서 인도와 태국, 중국, 파키스탄 같은 생산국에서는 수확 전망이 많이 축소되고 있다.
인도는 브라질에 이어 세계 2대 생산국인데, 이달 초 전인도설탕무역협회(AISTA)는 2022년 10월부터 올해 9월로 끝나는 수확 기간에 거의 3%의 수확 감소를 전망했다.
협회는 주된 근거로 인도 설탕 생산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서부 마하라슈트라 지역의 이상 강우를 인용했다.
또 경작지 축소와 극심한 여름 가뭄에 따른 유럽 사탕무의 저조한 수확, 코로나19로부터 회복되는 데 따른 수요 증가세도 설탕의 가격 급등에 힘을 보태고 있다.
앞으로 예상되는 기상이변은 설탕 가격을 더 높여 놓을 전망이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에 따르면 오는 5∼6월 엘니뇨가 형성될 가능성이 62%에 이른다. 엘니뇨 리스크가 아시아 생산 전망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셈이다.
최대 생산국 브라질에서는 비로 인해 4월 수확이 지연되고 있다.
브라질 생산의 90%를 차지하는 남중부 지역의 사탕수수 수확분이 시장에 나오면 뜨거운 시장을 냉각시킬 수 있겠지만 설탕 가격은 이미 매우 높은 수준으로 올라가 있는 상황이다.
이밖에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최근 감산 결정을 하고, 이것이 사탕수수를 에탄올 생산 쪽으로 유도하게 할 경우 설탕 가격을 더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침왈 분석가는 "식품 가격 상승으로 이미 심각한 식량 불안정 상태에 있는 나라들이 설탕 가격 급등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특히 북아프리카와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나라들이 어려울 것이라고 CNBC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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