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8월 브릭스 정상회의 줌 화상회의 참석' 제안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작년 노벨평화상의 공동 수상자인 우크라이나 시민단체 시민자유센터(CCL)가 오는 8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의 신흥 경제 5개국) 정상회의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초청하지 말라고 남아공에 촉구했다.
20일(현지시간) eNCA방송과 EWN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올렉산드라 로만초바 CCL 사무국장은 전날 요하네스버그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푸틴이 이곳에 와서 체포되지 않는다면 크게 실망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온라인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으로 회의에 참석하거나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지명수배하지 않은 장관을 대신 보낼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남아공은 자유와 존엄을 위한 투쟁의 장소"라며 남아공 정부에 "(ICC의 체포 영장 발부에)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보여달라"고 덧붙였다.
ICC는 지난 2월 17일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아동을 불법적으로 이주시킨 전쟁범죄에 관여했다며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올해 브릭스 의장국으로 8월 22∼24일 더반에서 정상회의를 주최하는 남아공은 ICC 설립 협정인 로마 규정 당사국으로 ICC의 지명수배에 협조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아파르트헤이트(흑백 인종 차별 정책)가 유지되던 옛 소련 시절부터 현 집권 여당인 아프리카민족회의(ANC)를 지원했던 러시아와 관계가 공고한 남아공 정부는 이 문제에 관해 일단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남아공은 지난해 유엔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규탄하는 결의안 채택에 기권하는 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는 데 동참하기를 거부해 왔다.
한편,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 확보를 위해 남아공을 방문한 로만초바 국장은 남아공 외무부 고위 관리들을 만났으나 ANC로부터는 냉대받았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본부를 둔 CCL은 우크라이나 민간인에 대한 러시아군의 전쟁범죄 증거 수집에 기여한 공로로 지난해 벨라루스 활동가 알레스 비알리아츠키, 러시아 시민단체 메모리알과 함께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hyunmin6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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