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다크패턴 방지 가이드라인 상반기 중 제정
눈속임 상술 많이 쓰는 기업들 분석해 공개하기로
(세종=연합뉴스) 김다혜 기자 = 소비자를 기만하는 눈속임 상술인 이른바 '다크패턴'을 규제하기 위한 법 개정이 추진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1일 한기정 위원장이 온라인 다크패턴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 방향을 당정협의회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날 당정은 일부 다크패턴 유형은 현행법으로 규율하기 어려워 입법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다크패턴은 소비자의 착각이나 실수, 비합리적인 지출 등을 유도하는 상술을 뜻한다. 명백한 기만행위부터 일상적인 마케팅까지 유형이 다양하다.
공정위는 연구 용역을 거쳐 소비자 피해가 우려가 큰 13개 유형을 선정했다. 이중 거짓 할인이나 거짓 추천, 유인 판매, 위장 광고, 속임수 질문, 숨겨진 정보, 가격 비교 방해 등 7개 유형은 현행 전자상거래법 등으로도 규제할 수 있다.
그러나 '숨은 갱신'이나 '탈퇴 방해' 등 6개 유형은 금지할 법적 근거가 없어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숨은 갱신은 서비스를 유료로 전환하거나 구독료를 인상하면서 소비자에게 고지하지 않고 자동 갱신·결제하는 것이다.
플랫폼 사업자들이 30일 무료 체험을 제공하고 유료 전환 시점에는 별도로 알리지 않아 소비자가 무심코 서비스를 이용하게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사업자에게 유리한 특정 옵션을 사전에 선택해 소비자가 자신도 모르게 상품·서비스를 구매하게 하는 것도 금지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런 행위들은 온라인시장에서 '소비자 낚시'에 사용해온 대표적인 상술들"이라며 "처음 회원 가입 때 추후 유료로 전환된다고 알렸더라도 결제 직전 소비자에게 다시 안내하도록 하는 등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상품 검색 결과가 나타나는 첫 화면에는 일부러 가격을 낮게 표시하고 결제 과정에서 숨겨진 추가 비용을 차례로 보여주는 '순차 공개 가격책정(드립 프라이싱)', 구매 취소·서비스 해지·탈퇴 등의 절차를 복잡하게 하거나 방법을 제한하는 '취소·탈퇴 방해'도 규제 근거를 마련한다.
팝업 등을 통해 특정 행위를 반복적으로 요구해 소비자가 그 행위를 하도록 압박하는 행위(반복 간섭), 사업자에게 유리한 옵션을 시각적으로 두드러지게 표시해 소비자가 그 항목을 선택해야 하는 것으로 오인하게 하는 행위(잘못된 계층구조)도 규제하기로 했다.
다만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이런 유형의 행위들도 할 수 있도록 법 적용 범위를 제한할 예정이다.
소비자가 선택하지 않은 상품을 장바구니에 몰래 추가하는 유형의 다크패턴은 국내 피해 사례가 없어 규율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하지 않고, 의원 입법으로 처리되도록 뒷받침할 예정이다.
남동일 공정위 소비자정책국장은 "(다크패턴 관련 법안이) 5개 정도 발의돼 정부가 추가로 입법 절차를 밟을 필요성은 크지 않다"며 "당정 협의나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정부 입장이 충분히 반영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상반기 중 '온라인 다크패턴 피해방지를 위한 가이드라인'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현행법 위반 행위와 소비자 권익 보호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행위, 그 자체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다른 기만행위와 결합하면 문제가 될 수 있는 행위를 각각 나눠 사례 중심으로 설명한다.
아울러 문제가 되는 상술을 가장 많이 쓰는 사업자가 누구인지, 사업자별로 어떤 눈속임 상술을 많이 쓰는지를 분야별로 비교·분석해 공개할 계획이다.
공정위는 "가이드라인 제정 후 사업자들에게 개선을 촉구하고 그래도 시정되지 않으면 현행법을 적극적으로 집행해 최대한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미국, 호주 등 해외 경쟁당국도 다크패턴에 대한 규율을 강화하는 추세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숨은 갱신' 유형의 다크패턴 피해를 경험한 소비자는 92.6%, '특정옵션 사전선택'을 경험한 소비자는 88.4%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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