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식자 피해 10분씩 조각잠 하루 2시간 수면…잠수 중 뇌파 분석해 첫 규명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북방코끼리물범(northern elephant seal)이 상어나 범고래 등 포식자들이 없는 깊은 바다로 다이빙해 내려가며 선잠을 자는 것으로 확인됐다.
번식기에 해변에 있을 때는 하루 10시간을 잠으로 보내지만 그 외에 바다에서 생활할 때는 '다이빙 수면'을 하며 하루 평균 2시간도 못 잔다는 것이다. 이는 움직이는 양으로 추정할 때 하루 2시간만 자 잠을 가장 덜 자는 포유류로 꼽히는 아프리카코끼리에 필적하는 것이다.
미국 샌타크루즈 캘리포니아대학에 따르면 이 대학 '해양과학연구소' 생태 및 진화생물학 교수 대니얼 코스타 등이 참여한 연구팀은 야생 코끼리물범에게 뇌파를 측정할 수 있는 장치를 달아 처음으로 수면 형태를 분석한 결과를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코끼리물범이 한 번에 약 30분씩 수백미너른터 깊이의 심해로 잠수할 때 빠르게 잠이 들어 10분 정도 자는 것을 밝혀냈다.
또 대륙붕 등 수심이 깊지 않은 곳에서는 바닥에 누워 아무런 움직임 없이 잠을 자기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방코끼리물범은 번식기가 아닐 때는 약 7개월간 1만㎞가 넘는 북태평양 수역을 돌아다니며 생활하는데, 수면 가까이 있을 때는 상어나 범고래의 손쉬운 먹잇감이 돼 포식자가 없는 깊은 바다로 잠수를 반복한다.
연구팀은 코끼리물범이 바다에서 잠수할 때 뇌파(EEG)와 수심, 움직임 등을 기록할 수 있는 머리띠 장치를 만들어 샌타크루즈 북부 '아노 누에보 주립공원' 해변에 서식하는 젊은 암컷 13마리 머리에 부착해 기본 자료를 확보했다.
이를 통해 잠수 기록으로 수면 양상을 추정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해 20년간 축적된 334마리의 잠수 기록을 분석했다.
그 결과, 심해로 잠수하는 코끼리물범은 제어된 하강 자세를 유지한 채 '느린파형(徐波)수면'으로 알려진 깊은 잠에 빠져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렘(REM)수면으로 전환되며 수면 마비로 정자세를 잃고 몸이 뒤집혀 "떨어지는 낙엽처럼" 나선형으로 돌며 하강했다.
코끼리물범은 이런 수면 사이클이 끝나면 깨어나 다시 수면으로 돌아갔다.
연구팀은 코끼리물범의 수면 전략이 포식자에게 잡아먹힐 위험이 없는 곳에서 완전한 렘수면에 들 수 있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논문 공동저자인 해양과학연구소의 테리 윌리엄스 교수는 "동물이 먹이활동 하는 곳을 보호하는 데 관심을 두지만, 이들이 자는 곳도 다른 서식지만큼 중요하다"면서 이번 연구 결과가 코끼리물범이 좋아하는 휴식지를 밝혀냄으로써 종 보존 노력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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