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AI 협업 모델 개발 옥형석 혜움랩스 대표
(서울=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세금(Tax)과 기술(Technology)을 합친 택스테크(TaxTech)라는 용어가 생길 정도로 세무 서비스에 최신 IT 기술을 접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세무법인 혜움 산하 연구소인 '혜움랩스'는 택스테크를 기반으로 세무 서비스 혁신을 이끌어 주목받는 스타트업이다.
혜움랩스는 협업형 AI(인공지능) 기술을 앞세워 지난해 한국투자파트너스 등에서 7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하고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하는 '아기 유니콘'에도 이름을 올렸다.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소재 사무실에서 옥형석(49) 혜움랩스 대표를 만나 창업 얘기를 들었다.
IT 개발 인력 중심으로 40여명이 일하는 혜움랩스는 세무사 등 세무 사무원과 AI(인공지능)가 협업하는 것을 기본 모델로 하는 다양한 솔루션을 개발해 모회사에 공급한다.
옥 대표는 세무사와 세무 사무원이 단순반복적인 일에서 벗어나 전문가 영역의 본질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지향점이라고 말했다.
혜움랩스의 협업형 AI 기술은 자료 입력이나 처리를 자동화하는 로봇 프로세스 오토메이션(RPA) 엔진, 절세 혜택 등을 각 기업에 맞게 우선 분석한 뒤 세무사가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는 엑스퍼트(Expert) AI, 카카오톡 기반의 협업형 AI 챗봇 등으로 구성된다.
세금 신고를 지원하는 리포트 봇을 시작으로 현재 30여종으로 늘어난 다양한 AI 봇은 혜움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업자 고객의 상담 요청에 응하거나 혜움 소속 세무사의 데이터 수집 및 신고 업무 등을 지원한다.
최근에는 자연어로 질문하고 답변을 얻을 수 있는 챗GPT 기반의 봇이 추가됐다.
현재 베타(시험) 버전으로 운영되는 이 챗봇의 답변 내용은 혜움 소속 세무사들이 지난 7년여 동안 실무를 처리하면서 축적한 최신 데이터를 토대로 학습한 결과라서 정확도가 높다는 설명이다.
옥 대표는 복잡한 세금 문제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주고 세무 신고 등을 미리 챙겨주는 비서 서비스로 협업형 AI 기술 체계를 고도화해 중소·영세 사업자들이 세무 관련 일에 신경 쓰지 않도록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2017년 개인사업자로 출발한 혜움은 혜움랩스의 기술력에 힘입어 비교적 짧은 기간에 세무사 등 전문인력 200여명이 일하고 전국 26곳에 지점을 둔 세무법인으로 성장했다고 한다.
◇ 'AI 세무사 만들 수 있을까' 호기심에서 창업
혜움랩스의 창업 과정은 색다르다고 할 만하다.
연세대 기계공학과를 나온 옥 대표는 창업 전에 LG전자 기술원에서 일했다.
그는 회사 지원으로 연세대에서 AI 박사과정을 밟던 중 개업을 준비하던 세무사 아내인 이재희(43) 씨로부터 'AI 세무사'를 만들 수 없겠느냐는 얘기를 들은 것이 창업의 출발점이 됐다고 한다.
부인 이 씨는 현재 혜움랩스 모회사인 혜움 대표를 맡고 있다.
옥 대표는 당시는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인 구글 알파고와 이세돌이 펼친 세기의 대결로 AI에 대한 관심이 고조할 때였다고 돌아봤다.
"신문 지상에 연일 AI 때문에 없어질 직업 1~2순위로 세무사가 올랐습니다. 저는 엔지니어로서 와이프가 말한 'AI 세무사'가 정말로 가능할지 호기심을 갖게 됐어요. 그런데 세무 생태계를 더 알게 되면서 AI가 세무사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고 세무사와 사업자를 돕는 중요한 자산이 되겠다고 본 겁니다."
그는 혜움랩스를 세워 협업형 AI 개발에 몰두한 배경을 그렇게 설명했다.
◇ 더 낸 세금 찾아주는 서비스
세무법인 혜움이 2021년 10월 출시한 경정청구 서비스인 '더낸세금'은 이 회사가 주목받는 계기가 됐다.
경정청구는 법정 신고 기한이 지나고 5년 안에 납세자가 감면 규정 제대로 몰라 더 냈거나 잘못 낸 세금을 돌려달라고 국세청에 요구하는 것이다.
사업자의 청구에 따라 환급된 세금은 2020년에만 2조원 규모였지만 대부분은 대기업 몫이었다고 한다.
제출 서류가 많아 청구 자체가 쉽지 않고, 세무사에 의뢰할 경우 상당한 비용을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옥 대표는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은 세금을 더 냈는지조차 모르거나 알더라도 예상 환급 세액이 적으면 채산성이 맞지 않아 신청을 포기하게 된다고 말했다.
혜움랩스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엑스퍼트 AI 기반으로 개발한 서비스가 '더낸세금'이다.
세무 전문가와 IT 전문 인력이 1년여에 걸친 합작품으로 내놓은 이 솔루션은 세법에 포함된 수많은 세법 감면 규정을 AI 알고리즘에 담았다.
옥 대표는 '더낸세금'을 활용하면 돌려받을 세금이 있는지 손쉽게 확인한 뒤 곧바로 환급 신청까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혜움은 소정의 수수료(환급액의 30%)를 받는다.
옥 대표에 따르면 작년 12월까지 이 서비스로 환급액이 있음을 확인한 사업자의 평균 환급액은 법인이 1천50만원, 개인은 594만원이었다.
규모별로는 4인 미만 사업자가 47%, 연간 매출 5천만원 미만 사업자가 61%를 차지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총환급 진단액은 362억원에 달했다.
옥 대표는 현재 약 22만명의 사업자가 이용하고 있는 '더낸세금' 서비스를 프리랜서 같은 개인으로 확대하는 것에 대해선 다소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상대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개인 대상 시장에는 이미 경쟁업체가 많고, 개인 납세자들의 경우 시스템이 잘돼 있는 국세청 홈택스에서 어렵지 않게 본인이 직접 청구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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