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서 쇼핑하고 알프스서 생일파티…자산동결하고 제재해야"
'푸틴 아방궁' 의혹 제기한 반부패운동 단체 폭로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러시아 국방부 차관의 부인이 '위장이혼'으로 서방의 제재 대상에서 벗어나 프랑스에서 초호화 생활을 즐기고 있다는 폭로가 나왔다.
2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에 따르면 러시아 야권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설립한 반부패재단(FBK)은 티무르 이바노프(47) 국방차관이 지난해 여름 부인 스베틀라나 마니오비치(50)와 이혼했지만 실제로는 갈라서지 않았다고 밝혔다.
FBK는 이들이 지난 12년간 주고받은 이메일과 메시지 등 8천건을 입수해 내용을 분석한 결과 이들 부부의 이혼은 서방의 제재를 피하기 위한 위장이혼이라고 주장했다.
이바노프는 방산업체에서 일하다 2016년 국방차관으로 임명됐으며, 지난해 러시아의 침공으로 폐허가 된 우크라이나 마리우폴 재건을 포함한 군사 건설 프로젝트를 책임지고 있다.
러시아 침공으로 인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정부 요인인 만큼 이바노프는 유럽연합(EU)과 미국, 스위스 등 여러 제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런 경우 통상 그 배우자도 제재 명단에 같이 오른다. 하지만 마니오비치는 '선제적' 이혼으로 이러한 제재를 피해 전쟁 이전과 마찬가지로 프랑스에서 호화생활을 이어 나가고 있다고 FBK는 주장했다.
FBK에 따르면 마니오비치는 부유한 사업가 미하일 마니오비치의 전 부인으로 그와 이혼한 뒤 2009년 이바노프와 결혼했다.
사교계 명사인 마니오비치는 이바노프와 결혼한 뒤 프랑스 등 유럽을 드나들며 유유자적한 삶을 누렸다.
그는 2013∼2018년 사이에 프랑스 남부 해안 도시 생트로페에서 빌라와 요트를 임대하는데 각각 85만유로(약 12억원)와 25만유로(3억6천만원)를 썼다. 또 파리와 스위스 제네바, 벨기에 등을 돌며 보석과 명품 드레스, 19세기 가구 등 사치품 쇼핑을 즐겼다.
마니오비치는 2018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생일파티를 여는 데에 17만8천유로를 쓰기도 했다.
마니오비치는 이바노프와 '이혼'한 뒤에도 프랑스에서 호화생활을 이어가고 있다고
러시아가 마리우폴을 폭격하던 지난해 3월에는 파리의 한 보석상에서 다이아몬드를 구입했고, 3주 전에는 알프스의 스키 리조트에서 파티를 열었다. 또 프랑스에서 롤스로이스 등 고급 차량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FBK는 마니오비치의 이러한 호화생활에 드는 비용을 기업 등 다른 사람이 지불한 경우가 종종 있었으며, 마리우폴의 아파트 건설을 담당한 국방부 계약업체도 여기에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이 단체는 오는 23일 파리에 있는 마니오비치의 자산 인근에서 시위를 열어 서방 당국이 마니오비치와 가족들도 제재 대상에 올려 자산을 동결하고 유럽 밖으로 추방할 것을 요구할 계획이다.
러시아 정관계 고위 인사들의 부패를 고발해온 FBK는 2021년 흑해 휴양도시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초호화 궁전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해 국제적으로 주목받은 바 있다.
6년 전에는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 장관이 딸 등 가족 명의로 1천800만달러(약 239억원) 상당의 저택을 보유하고 있다고도 폭로했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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