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명 신청자 이동 금지·인도적 보호 축소 등 골자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이탈리아 정부가 이민자 유입을 억제하기 위해 마련한 패키지 법안이 상원 관문을 넘었다.
안사(ANSA) 통신에 따르면 상원은 20일(현지시간) 표결에서 이른바 '쿠트로 법안'을 찬성 92표 대 반대 64표로 가결했다.
이번 법안은 지난 2월 이탈리아 서남부 칼라브리아주의 스테카토 디 쿠트로에서 9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낳은 이민자 선박 난파 사고를 계기로 도입됐다.
상원을 통과한 이 법안은 다음 달 10일 하원 표결을 거치게 된다.
법안은 과거 내무장관 시절부터 반이민 정책을 주도했던 극우당 '동맹'의 수장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인프라 교통부 장관이 주도했다.
새 법안에 따라 이민자들은 망명 신청을 한 뒤 최대 2년에 달하는 법적 심사 기간에 정부가 운영하는 이민자 센터에서 지내야 한다.
과거에는 망명 신청을 하면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이탈리아 내에서 자유롭게 체류할 수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됐던 부분은 예비적으로 체류증을 받던 인도적 보호 대상자를 대폭 축소한 대목이다.
그동안은 망명 자격이 없더라도 고국에서 인도주의적 위험에 직면했거나 이탈리아에 친지가 있는 이민자에게 당국이 '특별 보호'라는 명목으로 체류증을 발급했다
체류증을 발급받은 이민자는 이탈리아에서 집을 구할 수 있고,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 체류증 유효 기간은 2년으로, 2년이 지나면 연장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 제도가 남용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2년짜리 인도주의적 체류 허가 대상자를 대폭 축소했다.
초안에는 제도를 삭제하는 내용이 담겼으나 상원 논의 과정에서 대상자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법안이 수정됐다.
국제법 위반 가능성이 있고,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에 나설 것을 상정한 수정안이다.
이밖에 밀입국 브로커에 대해 최대 30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법안에 담겼다.
야당에서는 이민자들에게 가혹한 법안이라며 강하게 반대했으나 상원 통과를 막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법안이 이민자 유입을 막는데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불법 이민자를 양산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탈리아는 아프리카 북부 해안선을 마주한 지리적 특성 때문에 유럽행 아프리카 이민자들의 '관문' 역할을 해왔다.
최근 몇년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이민자 수가 크게 감소했지만, 올해 들어 이탈리아에 상륙한 이민자는 지난해보다 4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에 이탈리아 정부는 이달 초 6개월간의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밀려드는 이민자 물결을 억제하기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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