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대통령 "재선도전 안해"…10월대선 앞두고 정국 소용돌이

입력 2023-04-22 02:37   수정 2023-04-22 03:35

아르헨 대통령 "재선도전 안해"…10월대선 앞두고 정국 소용돌이
소셜미디어로 깜짝 선언…초인플레·경제난 등에 악화한 여론의식한 듯
중도좌파 여당 지지율 하락세 속 우파 '꿈틀'…8월 예비선거가 가늠자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올해 10월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 도전이 유력시됐던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깜짝 선언'을 했다.
여야 모두에서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가 눈에 띄지 않는 상황에서 현직 대통령이 출마를 포기함으로써 대선을 6개월 앞두고 잠재적 대선 후보들간의 주도권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나의 결정'이라는 글과 함께 "저는 올해 대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는 취지의 7분 43초 분량 동영상을 올렸다.
그는 영상에서 "제게 있어 최우선 순위는 항상 조국이었고, 어떤 집단에서도 개인적인 야망을 품어본 적이 없다"며 불출마 배경을 설명한 뒤 "제 신념을 지키기 위해 저는 이 도전(대선)에 나서려는 모든 사람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발표에, 현지에서는 대체로 '예상치 못한 결정'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경제난 극복에 실패한 정부에 대해 각계 비판이 이어지곤 있지만, 페르난데스가 재선 도전까지 접을 만큼의 압박을 느꼈다는 뚜렷한 징후는 보이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극심한 경제 위기, 세 자릿수 물가상승률, 환율 급등, 가뭄 등 대내외적 난국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실정을 고려하면 '불가피한 내려놓음'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2021년 치러진 상·하원 의원 선거(중간선거)에서 여당 연합이 대패하며 여소야대 국면으로 접어든 것에 대한 책임론도 있다.



아르헨티나 현대 정치사를 지배해온 '페론주의'(후안 도밍고 페론 전 대통령을 계승한 정치 이념)를 4년 만에 다시 소환했던 페르난데스의 불출마에 아르헨티나 정치권에서는 대권을 겨냥한 경쟁과 이합집산이 본격적으로 점화할 조짐이다.
이미 대선 도전을 선언했거나 정치권 안팎에서 '잠룡 리스트'에 올려놓은 후보들은 상당수지만, 압도적인 지지율을 가진 주자는 없다는 점에서 아직은 대권 지형을 쉽게 예상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텔람통신, 라나시온, 클라린 등 현지 매체를 종합하면 집권당을 주축으로 한 중도좌파 계열 '모두의 전선' 연합 측에선 아구스틴 로시 수석장관, 세르히오 마사 경제장관, 다니엘 시올리 주브라질 대사 등이 꼽힌다.
지난해 말 이미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는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부통령도 거론되는 상황이다.
2007∼2015년 재선 대통령을 역임한 그는 지난해 9월 부에노스아이레스 자택 앞에서 총격받을 뻔한 위기 속에 지지자 결집을 확인한 바 있다.
다만, 재임 시절 부패로 유죄를 선고받은 터라 재등판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관측도 우세하다.
우파 계열 '변화를 위해 함께' 연합에선 오라시오 로드리게스 라레타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장, 파트리시아 불리치 전 치안장관, 파쿤도 마네스 부에노스아이레스 주의원 등이 정치세력화에 나선 상태다.
집권당의 전반적인 지지율 하락세 속에 우파 후보들은 2015년에 12년 만의 정권 교체를 이뤘다 2019년 페르난데스 현 대통령에게 다시 대권을 내준 것에 대한 설욕을 노리고 있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대권 판도는 오는 8월 13일 '파소'(PASO·Primarias, Abiertas, Simultaneas y Obligatorias)라고 부르는 예비선거에서 그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1차, 개방, 동시, 의무'라는 뜻의 약자를 조합해 부르는 파소는 국민들이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공직 선거 출마자의 자격을 부여하는 절차다.
앞선 여러 차례 대선에서는 '예비선거 1위=대통령 당선'이라는 공식이 만들어졌을 만큼 예비선거와 본선 결과가 뒤바뀐 적이 없다.
대선은 10월 22일 총선과 함께 치러진다. 한 후보가 45% 이상 득표하거나, 40% 이상을 얻고 2위에 10%포인트 이상 앞서면 당선이 확정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득표율 1, 2위 후보가 11월 19일에 결선을 치른다.
아르헨티나 차기 대통령 임기는 12월 10일부터 4년이다.
walde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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