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 전기차 출시했지만 미국 제재로 걸림돌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 최대 통신장비 기업 화웨이의 런정페이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전기자동차 사업에 제동을 걸었다고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이 24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런정페이 CEO는 지난달 31일 사내 인트라넷에 화웨이가 자동차를 생산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결의안을 게재했다.
이 결의안은 현재 생산 중인 전기차에 화웨이 로고 사용을 허용하지 않으며, 이런 불허 조치는 5년간 유효하다고 명시했다.
화웨이의 순번 회장을 맡고 있는 쉬즈쥔 회장도 같은 날 열린 회의에서 "30년 이상 구축한 화웨이의 브랜드가 마음대로 남용돼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고 차이신은 전했다.
화웨이에서 전기차 사업은 위청둥 화웨이 클라우드·인텔리전트 차량 솔루션·소비자 부문 최고경영자(CEO)가 주도해왔으나, 앞으로 방향 전환이 불가피해졌다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화웨이는 2019년 4월 상하이 오토쇼에서 쉬즈쥔 회장이 자동차 사업 진출을 발표한 바 있다.
이후 화웨이는 2022년 8월 세계 최대 배터리 기업 CATL(닝더스다이·寧德時代), 국영 완성차업체 창안자동차 등과 힘을 합쳐 전기차 '아바타11'을 출시했다.
화웨이가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자율주행 시스템 같은 소프트웨어를, CATL이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창안자동차가 자동차 설계·생산을 각각 맡았다. 각 분야의 중국 내 최고 기업 3곳이 합작한 브랜드였다.
이에 따라 당시 중국 내 전기차 1위 기업 비야디(BYD)는 물론 상하이GM우링자동차(SGMW), 테슬라, 지리자동차, 체리자동차, 광저우자동차그룹(GAC) 산하 아이온, 창안자동차, 샤오펑자동차 등의 강력한 대항마로 꼽혔다.
화웨이가 중국 내 최고 수준의 정보기술(IT) 기업이라는 점에서, 아바타11은 중국의 전기차 기업들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그 시기에 화웨이의 전기차 사업은 시련에 맞닥뜨렸다고 차이신은 전했다.
미국이 화웨이가 각국 통신망에 '백도어'(인증을 받지 않고 망에 침투할 수 있는 수단)를 심어 기밀 정보를 빼낸다고 보고, 2019년 5월부터 5세대 이동통신(5G) 반도체 칩 수출을 금지한 데 이어 4G 관련 제품 수출도 금지했기 때문이다.
화웨이가 최고 수준의 전기차용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몰린 것이다.
이 때문인지 올해 초 화웨이가 중소 전기차 업체인 장화이와 협력해 차세대 전기차를 공동 개발한다는 발표가 나왔으나, 얼마 되지 않아 이 계획은 무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화웨이의 전기차 사업 시련은 중국 당국이 신에너지차(전기·하이브리드·수소차) 산업을 육성하고 소비를 촉진할 목적으로 2017년부터 지급해오던 신에너지차 구매 보조금을 올해부터 전격 중단한 것과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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