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EU 中대사 "중-EU 관계, '우크라 위기 프리즘' 통해 보면 안 돼"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옛 소련 국가들의 주권에 의문을 제기한 프랑스 주재 중국 대사의 발언에 유럽이 거세게 반발하자 중국이 진화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특히 대사관 수장인 대사의 발언을 놓고 대사관이 공식 성명을 통해 '개인적 견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등 이례적인 모습도 보였다.
프랑스 주재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25일 홈페이지를 통해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한 루사예 대사의 발언은 정책 발표가 아니라 TV 토론에서 밝힌 개인적인 견해로, 각 측은 과도하게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소련 붕괴 뒤 중국은 가장 먼저 관련 국가와 외교 관계를 수립한 국가 중 하나"라며 "중국은 시종일관 상호 존중과 평등 대우 원칙을 견지해 우호 협력 관계를 발전시킬 것이고, 옛 소련 공화국의 주권국가 지위를 존중한다"고 강조했다.
대변인은 또 "우크라이나 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입장은 일관되고 명확하다"며 "국제 사회와 함께 우크라이나 위기의 정치적 해결을 추진하기 위해 공헌하겠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도 옛 소련 국가들의 주권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옛 소련 국가들의 주권국가 지위를 존중한다"며 "일부 언론이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곡해하고 중국과 관련 국가의 관계를 이간질하는데, 우리는 이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오 대변인은 그러면서 자신의 발언이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앞서 루사예 대사는 지난 21일 방송된 프랑스 TF1 방송 인터뷰에서 "구소련 국가들은 그들의 주권 국가 지위를 구체화한 국제적 합의가 없었기에 국제법상 유효한 지위가 없다"라고 발언했다.
이는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겨냥한 언급이었지만, 과거 소련에 속했던 발트 3국 등을 격분시켰다.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등 발트 3국은 이날 자국 주재 중국대사를 나란히 초치해 루 대사의 발언에 대해 항의했다.
이런 가운데 유럽연합(EU) 주재 중국 대표부 푸충 대사는 전날 중국 매체 펑파이와 인터뷰에서 "중국과 유럽의 관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것만이 아니다"라며 "유럽 측은 중국·유럽 관계와 중국의 이익을 희생하며 미국과의 관계를 발전시켜서는 안 될 뿐만 아니라 중국·유럽 관계를 우크라이나 위기라는 프리즘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우크라이나 위기를 만들지도 않았고 당사자도 아니다"라며 "중국 역시 이 위기의 희생자이며 우크라이나 위기에서 중국 측을 비난하는 것은 전적으로 지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jkh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