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수상드론으로 테러행위" 비난…연장 여부 불투명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우크라이나산 곡물에 해상 수출로를 열어준 '흑해 곡물 협정'이 중단 위기에 놓인 가운데 유엔 사무총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직접 서한을 보내 협정 연장을 촉구했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뉴욕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한 뒤 푸틴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한을 전달했다고 파르한 하크 유엔 부대변인이 밝혔다.
서한에는 흑해 곡물 협정의 개선과 연장, 확장을 위한 방안을 제안하는 내용이 담겼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협정 연장의 걸림돌이 돼 온 러시아산 곡물 및 비료 수출 문제와 관련해 "현재까지 이뤄낸 진전을 구체적으로 전하면서 남은 문제를 계속 해결해나가겠다는 유엔의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하크 부대변인은 설명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와 튀르키예에도 비슷한 서한을 보냈으며, 이날 열린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도 흑해 곡물 협정이 중단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러시아 타스 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러시아 정부가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보낸 서한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솔직히 현재까지 뚜렷한 진전이 없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내달 18일 흑해 곡물 협정을 더는 연장하지 않겠다고 위협해 왔으며, 이로 인해 세계 식량 안보에 대한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흑해 곡물 이니셔티브라고도 불리는 이 협정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흑해 봉쇄로 막혔던 수출길을 열어 우크라이나의 흑해 3개 항구에서 수출을 재개한다는 내용으로, 작년 7월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체결된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최대의 밀과 옥수수, 해바라기씨유 수출국 중 하나로, 지난해 2월 전쟁 발발 이후 흑해를 통한 수출 길이 막히자 전 세계 식량 시장이 요동친 바 있다.
러시아는 지난해 협정 체결 이후 지금까지 러시아산 곡물과 비료도 흑해를 통해 원활하게 수출될 수 있도록 한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 문제 해결에 진전이 없을 경우 협정에서 탈퇴하겠다고 경고해 왔다.
또, 작년 서방의 대러 제재로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퇴출당한 국영 러시아 농업은행(로스셸호스방크)을 복귀시키고, 러시아 선박의 흑해 항구 접근 허용, 러시아산 암모니아 운송 파이프라인 가동 재개, 러시아 비료업체 계좌동결 해제 등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산 곡물의 최대 소비국인 중국의 장준 주유엔 대사도 "중국은 우크라이나 곡물 거래가 계속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러시아 국방부가 우크라이나가 흑해에서 수상 드론으로 자국 군함을 공격하려 했다고 비난하면서 곡물 협정 연장 여부는 더욱 불투명해진 상황이라고 로이터는 진단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측이 흑해 곡물 협정에 따라 수출이 재개된 항구 중 하나인 오데사 항에서 지난달 23일과 이달 24일 두 차례에 걸쳐 드론을 내보낸 사실이 드러났다면서 "우크라이나 정권의 테러 행위가 5월 18일 이후의 곡물 협정 연장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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