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배터리 업체, 美 JV 첫 설립…배터리업계 확장 가속
삼성SDI도 GM과 연산 30GWh 이상 합작공장 설립 추진키로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현대차그룹과 SK온이 손잡고 북미 합작법인(JV)을 설립하며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국내 완성차 기업과 배터리 업체가 협력해 미국 현지에 JV를 설립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양사는 이번 '동맹'으로 전기차 보조금과 생산 세액공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계획이다.
삼성SDI[006400]도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 추진에 합의하는 등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에 힘입어 완성차와 배터리 업체 간 합종연횡은 가속화하고 있다.
◇ 현대차·SK온 합작법인 2025년 가동 목표…전기차 30만대분 생산
2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005380]·현대모비스[012330]·기아[000270]는 이날 정기 이사회를 열어 SK온과의 북미 배터리셀 합작법인 설립 안건을 승인했다고 공시했다.
SK온의 모기업인 SK이노베이션[096770] 역시 이날 조회 공시를 통해 1조9천500억원의 출자를 발표했다.
현대차그룹과 SK온의 투자 총액은 6조5천억원 규모로, 이중 절반은 합작법인 차입으로 조달한다.
현대차그룹과 SK온은 나머지 3조2천500억의 절반인 1조6천200억원씩 부담한다. 다만 SK온은 예비비 20%를 포함해 1조9천500억원으로 투자 규모를 발표했다.
SK온은 오는 27일 이사회 열어 이 같은 내용을 의결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과 SK온은 미국 조지아주 바토우 카운티에 2025년 가동을 목표로 연간 35기가와트시(GWh) 규모의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이는 전기차 약 30만대 분량에 해당한다.
여기서 생산된 SK온의 배터리 셀은 현대모비스가 배터리 팩으로 제작해 현지에서 생산하는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 전기차에 전량 장착될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 기간 대규모 현지 투자 계획을 확정해 발표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 IRA 본격 대응…세액공제 기대감
특히 양사의 협력으로 IRA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IRA는 최종적으로 북미에서 조립된 전기차에 대해서만 세액공제 형태로 최대 7천5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말 발표된 세부지침에서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라도 올해의 경우 북미에서 제조·조립한 배터리 부품을 50% 이상 사용 시 3천750달러, 미국이나 자유무역협정(FTA) 국가에서 채굴·가공한 핵심광물의 40% 이상 사용 시 3천750달러가 각각 지급되도록 했다.
현대차의 경우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조립되는 GV70 전기차에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해 올해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양사의 합작공장에서 생산된 배터리를 장착한 현대차그룹의 전기차는 전기차 세액공제 요건에 부합하는 만큼 향후 소비자 가격 인하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SK온은 이번 합작을 통해 북미 시장에서 대규모 수주 물량을 확보하고, 안정적인 수익성까지 담보할 수 있게 됐다.
IRA의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 조항에 따라 합작법인은 1킬로와트시(KWh)당 셀 기준 35달러(모듈 10달러)의 세액공제를 받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수익성 개선 등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미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에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 관련 금액(1천3억원)을 반영하기도 했다.
◇ 배터리업계 합종연횡 가속화…글로벌 생산능력 확대
이번 합작공장은 SK온의 6번째 미국 생산거점이다.
SK온 자체 공장으로는 가동 중인 SK배터리아메리카(SKBA) 조지아주 1·2 공장(총 21.5GWh)이 있고, 합작공장으로는 포드와 만든 블루오벌SK의 공장 3곳(테네시·켄터키)이 2025년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합작공장 3곳의 생산 규모는 총 129GWh로, 이를 포함해 SK온의 북미 공장이 모두 가동할 경우 생산 규모는 연간 185GWh에 달할 전망이다.
특히 현대차와의 합작 공장은 SKBA 공장과 같은 조지아주에 위치해 공장 운영이나 행정 업무에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K온은 2010년 국산 첫 전기차인 현대 블루온, 2011년에는 국산 첫 양산 전기차인 기아 레이에 배터리를 공급했으며, 아이오닉 5를 비롯해 EV6, GV60, GV70 등 현대차그룹의 주요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 중이다.
다른 배터리 업체들도 미국 생산 거점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글로벌 무대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완성차 업체와의 합종 연횡도 활발하다.
LG에너지솔루션도 현대차와 북미 JV 설립을 준비 중이다. 이르면 다음 달 중으로 양사가 JV 설립을 공식화하고 투자 규모 등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아직 양산 시기와 규모, 투자액 등 세부 사항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GM과 손잡고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 얼티엄셀즈를 설립, 작년 말 양산을 시작한 오하이오 1공장을 비롯해 총 3개의 합작 공장(총 145GWh)을 가동 또는 건설 중이다.
최근 혼다와 미국 배터리 합작법인 'L-H 배터리 컴퍼니'(가칭)를 세우고 오하이오주에서 합작공장 첫 삽을 떴다.
삼성SDI도 GM과 미국에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하기로 했다.
삼성SDI와 GM은 2026년 양산을 목표로 약 30억달러(약 4조원) 이상을 투자해 연산 30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그동안 GM은 LG에너지솔루션과, 포드는 SK온과 각각 배타적 파트너십을 유지해 왔지만, 최근 들어 협력 관계에 변화가 잦아지는 모습이다.
삼성SDI는 앞서 지난해에는 세계 4위 완성차업체 스텔란티스와 JV를 설립하고 2025년 가동을 목표로 인디애나주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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