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산에도 1분기 D램·낸드 재고 증가…1조원 재고평가손실
"수급 안정화·재고 적정수준 감소까지 보수적 생산계획 유지"
"美, 中 장비 수출통제 유예 긍정적"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반도체 업황 악화로 사상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 든 SK하이닉스[000660]가 올해 2분기부터 감산 영향이 본격화하며 매출 실적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에 따라 예정대로 작년보다 50% 이상 투자는 축소하되, 고성능·고용량 제품을 중심으로 투자를 지속하며 반등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26일 올해 1분기 실적 발표 후 가진 콘퍼런스콜에서 "업계의 감산 효과가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최근 시황을 반영한 생산 조절 영향이 더해진다면 3분기부터 수급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분기에는 감산에도 판매량이 큰 폭으로 감소하며 D램과 낸드 모두 완제품 재고가 지난해 4분기 대비 증가했다.
여기에 가격 하락까지 겹치며 약 1조원 수준의 재고평가손실이 있었다고 SK하이닉스는 전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메모리 업계가 겪는 수급 불일치와 이로 인한 재고 수준은 그 정도와 규모가 과거 어느 때보다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현재 수요 상황을 고려했을 때 2분기에도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올해는 매크로 불확실성과 소비 심리 둔화가 지속하며 D램 수요 비트그로스(bit growth·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는 한 자릿수 중후반, 낸드는 10% 중후반의 성장을 예상했다.
다만 삼성전자까지 감산에 돌입한 만큼 조만간 시장이 수급 균형점을 찾고 재고는 상반기를 고점으로 점진적으로 축소될 것으로 봤다.
SK하이닉스는 앞서 작년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밝힌 대로 올해 투자 규모를 작년 대비 50% 이상 축소해 집행 중이다.
작년 4분기부터 중국 우시 등 주요 생산라인에서 범용(레거시)과 저수익성 제품을 중심으로 웨이퍼 투입량을 축소했으며, 올해도 연간 수요 전망이 연초 대비 낮아진 점을 반영해 재고가 많은 제품을 중심으로 웨이퍼 투입량을 조절 중이다.
삼성전자[005930]도 지난 7일 "공급성이 확보된 제품 중심으로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며 사실상 감산 돌입을 인정한 상태다. 마이크론은 이미 작년 말 감산에 들어갔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중에 재고 정상화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수급이 안정화되고 재고가 적정 수준으로 감소할 때까지 현재의 보수적인 생산 계획을 유지해서 실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감산 발표 이후 고객사로부터 공급 안정성에 대한 문의가 늘었다고 SK하이닉스는 전했다.
SK하이닉스는 "고객 투자심리(센티멘트) 변화가 확연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몇 가지 변화는 있다"며 "현물가가 바닥인 상황에서 시장 가격을 전반적으로 안정화 기조로 갈지 문의를 많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챗GPT 등 인공지능(AI)용 고성능 서버 시장도 성장을 이끌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AI 서버 출하량이나 관련 메모리 증가율은 최대 40% 이상 향후 5년간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D램과 낸드는 금액 기준으로 30%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DDR5 고용량 서버는 작년 대비 6배 이상 늘고 HBM은 5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에 대해서는 "장기적인 지정학적 리스크, 시장 수요, 팹(공장) 운영 효율성 등 종합적인 부분을 고려해서 향후 중국 내 운영 계획에 대해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현재 상황에서는 특별하게 중국 팹 운영에 변화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장비 수출 통제 자체에 대해서도 유예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올해 이자 비용은 작년보다 2배 정도 증가한 1조원 정도로 예상됐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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