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가족·인권단체, 무죄 주장하며 유예 요청했으나 기각
(방콕=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 싱가포르에서 논란 속에 마약밀수범에 대해 사형이 집행됐다.
26일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싱가포르 당국은 이날 오전 대마 밀매로 사형 선고를 받은 싱가포르 국적 탕가라주 수피아(46)를 교수형에 처했다.
탕가라주는 대마 1㎏을 밀매한 혐의로 기소돼 2018년 사형을 선고받았다. 마약사범을 엄격하게 처벌하는 싱가포르에서 대마 밀수 규모가 500g을 넘으면 사형을 받을 수 있다.
싱가포르 안팎에서 사형 집행을 유예해달라고 요구하고 할리마 야콥 대통령에게 사면을 요청하기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형수의 가족과 인권단체 활동가들은 유죄 증거가 명확하지 않다고 주장해왔다.
체포 당시 탕가라주는 대마를 소지하고 있지 않았지만, 검찰은 그의 이름으로 된 전화번호가 마약 운반을 조종하는 데 쓰였다며 배후로 지목했다. 탕가라주는 마약밀수범들과 연락하지 않았다며 결백을 호소해왔다.
싱가포르 당국의 사형 집행을 앞두고 유엔도 철회를 촉구한 바 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라비나 샴다사니 대변인은 전날 "공정한 재판 절차 보장을 존중하는 우리는 예정된 사형 집행 절차에 대해 우려를 갖고 있다"며 철회를 요청했다.
마약사범에 대한 사형 집행에 반대해온 영국의 '괴짜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도 무고한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다며 싱가포르의 사형 집행 계획을 비판했다.
그러나 싱가포르 정부는 "의심의 여지가 없이 유죄가 입증됐다"고 일축하며 "우리의 접근방식은 효과가 있었고 앞으로도 싱가포르인들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계속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 사회의 비판에도 싱가포르는 마약 밀매 범죄자에 대해 사형 집행을 이어왔다.
인권단체 등은 사형 제도가 실질적인 마약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해왔다. 반면에 싱가포르 정부는 마약 밀매 방지에 가장 효과적인 대책이라며 사형제를 고수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지난해 3월 2019년 이후 처음으로 사형을 집행했다. 지난해 총 11명에 대해 사형을 집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집행은 6개월 만에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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