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푸르 대학살'로 ICC 기소…로이터 "전투 격화 전 군병원으로 이송"
바시르 시절 내무장관 하룬 일행, 교도소 습격 와중에 "풀려났다" 주장
(서울·카이로=연합뉴스) 김계환 기자 김상훈 특파원 = 반인도적 범죄 혐의로 국제사법재판소(ICC)에 의해 기소된 수단 정치인들이 정부군과 준군사조직 신속지원군(RSF) 간 무력 충돌로 인한 혼란을 틈타 감옥을 빠져나갔다고 영국 BBC 방송 등 외신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수단 수도 하르툼 소재 코베르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아흐마드 하룬 전 내무장관은 이날 현지 방송 채널 타이바에 보낸 음성 메시지를 통해 전직 관리들과 함께 교도소에서 빠져나왔다고 확인했다.
하룬은 자세한 설명 없이 자신들이 풀려났으며, 향후 자체적으로 신변 보호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룬은 2019년 쿠데타로 축출된 독재자 오마르 알-바시르 정권하에서 내무부 장관을 지낸 인물이다.
그는 2003년 시작된 다르푸르 대학살을 주도한 용의자로 2007년 ICC에 기소됐다.
하룬 일행은 지난 주말 교도소가 정부군 복장을 한 무장 군인들의 습격을 받는 과정에서 탈옥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군은 RSF 대원들이 정부군으로 위장해 의도적으로 교도소를 습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RSF는 이런 주장을 부인하면서, 정부군 측이 바시르 재집권 계획에 따라 강제적인 탈옥을 계획했다고 반박했다.
하룬 일행이 탈옥하면서 그와 같은 교도소에 수감됐던 바시르 전 대통령의 행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병원 소식통을 인용해 바시르 전 대통령이 지난 15일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기 전 코베르 교도소에서 하르룸의 군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보도했다.
앞서 AP통신도 수단군 관리들을 인용해 바시르 전 대통령이 자체 경비가 삼엄한 군 의료시설로 이송됐다고 보도했다.
다만, AP통신 보도에서는 바시르 전 대통령이 탈옥한 것으로 알려진 하룬 전 장관과 함께 의료시설로 이송된 것으로 언급돼 혼선이 일고 있다.
1989년 쿠데타를 일으킨 뒤 30년간 집권한 바시르 전 대통령은 2019년 4개월에 걸친 반정부 시위 끝에 쿠데타로 축출당한 뒤 코베르 교도소에 수감됐지만 교도소보다는 군 병원에서 지낸 시간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바시르 전 대통령은 2009년 다르푸르 대학살 관련 전쟁 범죄와 반인도적 범죄, 집단학살 등의 혐의로 ICC에 의해 기소된 상태다.
다르푸르 사태는 2003년 알바시르 정권의 지역 차별로 소외됐다면서 다르푸르 지역 소수민족 반군이 무장 봉기하면서 벌어졌다.
유엔에 따르면 2003년 시작된 다르푸르 사태로 30만명이 사망하고 25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수단에서는 2019년 쿠데타로 바시르를 축출한 압델 파타 부르한 장군의 정부군과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사령관의 RSF가 지난 15일부터 무력 충돌해 지금까지 약 459명이 숨지고 4천72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 사상자 수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조이스 음수야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CHA) 사무차장보는 이날 안보리 브리핑에서 "군벌 간 싸움이 시민들에게는 악몽이다. 이들의 싸움이 이미 인도적 위기를 겪는 수단을 빠르게 재앙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우려했다.
k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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