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장려 정책으로 인구 감소 추세 반전 가능성 희박"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이탈리아가 저출산에 따른 노동인구 감소와 고령화 문제에 대처하려면 출산 장려 정책이 아니라 더 많은 이주민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세계은행(WB)이 조언했다.
세계은행은 25일(현지시간) 펴낸 '이주민, 난민, 그리고 사회' 보고서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에 이어 출산율이 두 번째로 낮은 이탈리아가 저출산 위기에 잘못된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세계은행은 "이탈리아에는 현재 9세 미만 여아가 약 240만명 있다. 이 여아들이 부모 세대만큼 큰 세대를 이루려면 3.3명의 아이를 낳아야 한다"며 "이는 현재 1.3명인 출산율에서 많이 증가한 것으로, 이탈리아의 인구 감소 문제가 조만간 반전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진단했다.
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는 이 보고서를 인용해 정부가 이주민에게 의존하지 않고 인구 위기를 해결하려는 희망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를 세계은행이 데이터로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세계은행은 "현재의 저출산 추세가 유지된다면 인구 5천900만명의 이탈리아는 2100년까지 인구가 거의 절반인 3천200만명으로 줄어들 것"이라며 "고령화와 노동인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이주민의 잠재력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현재 전 세계 이주민 수는 1억8천400만명에 달한다"며 "전 세계 인구는 전례 없는 속도로 고령화되고 있다. 여러 국가가 장기적인 성장을 실현하기 위해 이주민에게 점점 더 의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라 레푸블리카'는 프란체스코 롤로브리지다 농업 및 식량주권부 장관의 '인종 교체' 발언이 논란이 되는 상황에서 이번 세계은행 보고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롤로브리지다 장관은 최근 "이탈리아인들이 아이를 덜 낳으면서 우리의 빈자리를 다른 이들이 대체하는 건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인종 교체에 굴복해선 안 된다"고 말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집권 전부터 반이민·반난민 기치를 내건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이탈리아 정부는 아프리카·중동 이주민 유입을 억제하기 위해 강력한 반이민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멜로니 총리는 노동력 부족 문제는 여성들의 노동시장 진출 확대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다자녀 가정의 세금을 감면하는 등 파격적인 저출산 대책을 검토 중이다.
'라 레푸블리카'는 "현실적으로 출산 장려에서 위기의 해법을 찾으려는 것은 돈키호테가 풍차를 물리칠 수 있다고 믿는 것과 같다"며 "존재하지 않는 '인종 교체' 음모에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이주민을 더 많이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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