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간첩행위 범위 대폭확대…경제·인적교류에 리스크 되나

입력 2023-04-26 20:22  

中, 간첩행위 범위 대폭확대…경제·인적교류에 리스크 되나
개정 방첩법에 보호대상 '국익 정보' 포괄적 적용 소지
최근 간첩 등 공안사건 잇따라…中 대외개방 강조와 '엇박자'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지난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집권 3기가 공식 출범한 이후 중국에서 '방첩' 강화 기조가 두드러지고 있다.
간첩 행위의 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방향으로 법률을 개정한 가운데, 최근 일본 기업 관계자와 대만 출판인 등이 체포된 사실이 공개되면서 중국과 국제사회 사이의 경제적, 인적 교류에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 방첩법에 포괄적으로 규정된 간첩 행위…'국익 관련 정보' 범위 모호
중국 의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가 26일 통과시켜 7월부터 시행되는 새 '반(反)간첩법(이하 방첩법)'은 처벌 대상인 간첩 행위가 포괄적이라는 점이 우선 눈에 띈다.
'기타 국가 안보와 이익과 관련된 문건, 데이터, 자료, 물품'을 보호 대상에 규정함으로써 유출시 처벌받는 정보의 범위가 대폭 넓어지게 됐다.
법에 의해 '비밀'로 분류된 정보 뿐 아니라 '안보'나 '국익'과 관련 있다고 사법 당국이 규정할 수 있는 정보의 범위가 매우 광범위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간첩 조직과 대리인에게 빌붙는 행위'도 간첩 행위에 포함됨으로써 비밀을 넘기는 구체적인 행위가 적발되지 않더라도, 교류해온 외국 기관 등이 '간첩' 또는 '간첩 대리인'으로 규정되면 '부역자' 낙인이 찍히며 처벌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 국가안전부 천이신 부장(장관)은 지난 24일 베이징 국가안전국 현장 시찰에서 방첩 활동 강화를 명령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6일 전했다.

◇ 중국서 잇따르는 공안 사건 주목…일본인·대만인 등 체포
이런 법 개정이 특히 주목되는 것은 근래 중국에서 '공안 사건'이 있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 주펑롄 대변인은 26일 기자회견에서 대만 출판사 구싸프레스(八旗文化)의 편집장 리옌허 체포설과 관련, "국가안보를 해치는 활동을 한 혐의로 국가안보 기관의 조사를 받고 있다"며 인정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중국 외교부 마오닝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일본 아스텔라스제약의 50대 남성 직원이 같은 달 형법과 방첩법 위반 등 혐의로 중국에서 구속됐다는 일본 매체 보도를 사실로 확인했다.
또 25일에는 저장성 원저우 검찰원이 작년 8월 자국 내에서 체포된 대만인 양즈위안을 국가 분열 혐의로 기소했다. 중국 본토 법정에서 대만인이 국가 분열 혐의로 기소된 것은 처음이라고 SCMP가 전했다.
이와 함께 중국 공산당 중앙선전부가 발행하는 광명일보에서 칼럼니스트로 활동해온 둥위위(61) 논설위원이 작년 2월 일본 외교관과 베이징 중심가의 식당에서 식사를 하던 도중 함께 체포돼 기소된 사실이 월스트리트저널(WSJ)의 24일 보도로 알려졌다.


◇ 대외 개방 기조와 '엇박자'…대외교류 중국인, 중국과 교류하는 외국인에 '리스크'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중국의 사회 통제가 강화되어온 것은 하나의 일관된 흐름이다. 그러나 방첩법이 강화되고 간첩 행위에 대한 단속 사례들이 잇따르는 것은 최근 군사, 외교, 경제 등에서 전방위적으로 이뤄지는 미중 전략경쟁 심화, 대만해협 긴장 상황 등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특히 중국이 고강도 사회통제 시스템을 적극 활용해 미국의 대중국 정보전에 맞서려는 의중도 읽힌다.
아울러 작년 11월말 고강도 제로 코로나 정책에 반발한 중국인들의 이른바 '백지 시위'에 놀란 지도부가 '재발 방지'를 위해 자국내 사회 통제를 강화하는 흐름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작년 백지시위가 중국 곳곳에서 발생했을 때, 중국 공안 당국발로 '적대 세력 침투 및 파괴 활동' 언급이 나왔다. 그때 중국 지도부가 백지시위에 대해 '외국 세력 개입' 프레임을 적용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이런 동향은 시 주석을 필두로 한 중국 지도부 인사들이 최근 각종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외 개방 기조 불변을 강조하며 외자 유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상황과 엇박자를 이룬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은 3년 가까이 유지해온 고강도 '제로 코로나' 정책을 지난 1월 폐기한 이후 방역과 결부된 각종 인적 교류의 장벽들을 하나하나 제거하며 외국과의 교류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중국 전역에서 개최되는 오프라인 국제회의와 무역 박람회 등도 최근 봇물을 이루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방첩법 강화 등 움직임은 중국과의 경제·인적 교류에 나서려는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리스크'가 될 소지가 있다. 중국과 사업 관계로 인연을 맺어온 외국인은 물론, 외국인과 교류하거나 교류를 하려 하는 중국인들도 몸을 사리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에 대한 방첩법 적용은 중국과 특정 국가와의 정치적 관계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있어 한중관계가 미묘한 지금 중국과 교류하고 있는 한국인들 역시 최근 상황 변화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방첩법이 제정된 2014년 이후 최근까지 방첩법 등에 의거해 중국 당국에 구금됐거나 구금 상태인 일본인은 최소 17명이라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지난달 27일 보도했다.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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