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수단 군벌 간 무력 분쟁이 12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전쟁의 포화를 피하려는 수단 주민들이 국경지대로 몰리고 있다고 AP 통신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수단 정부군과 준군사조직 신속지원군(RSF)이 72시간의 휴전에 합의한 이후에도 수도 하르툼과 위성도시 옴두르만 등지에서는 총성과 포성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휴전 개시 이전보다 무력 충돌 강도가 다소 약해진 틈을 이용해 주민들도 피란길에 오르고 있다.
이들은 외국인들의 대피가 마무리된 이후 정부군과 RSF 간 무력 충돌이 한층 더 격화하고,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이용하는 경우도 있을 것으로 우려한다.
여기에 RSF가 국가 보건연구소를 장악하면서 불거진 생화학전에 대한 공포와 군인들에 의해 자행될 성폭행과 고문 등에 대한 우려가 주민들을 국경으로 이끌고 있다.
교전 지역에서 벗어난 수단 주민들은 이집트로 넘어가는 아르킨 국경 검문소에 몰려들고 있다. 이들이 타고 온 버스로 국경 검문소 인근은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전날 아내와 세 아이를 데리고 국경에 도착했다는 교사 모아즈 알-세르는 "상황이 그야말로 엉망이다. 노인과 환자, 여성과 아이들이 비참한 상황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단과 이집트 양국 당국은 이렇게 빨리 늘어나는 인원을 수용할 능력이 없다"고 덧붙였다.
일부 수단 주민들은 외국인들의 주요 철수 통로인 홍해 항구 도시 포트 수단까지 수백㎞를 이동했다.
그러나 사람들을 수단 국경 밖으로 실어 나르는 선박 탑승의 우선권은 외국인들에게 있어, 항구에서 애만 태우는 사람들도 있다.
수단 정치 평론가인 달리아 압델모니엠은 "24일에 도착해 매일 표를 구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우선권은 외국인에게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유엔 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이미 수만 명의 수단 주민이 남수단으로 대피했고, 국경을 넘으려는 사람들의 수가 점점 늘고 있다고 전했다.
조이스 음수야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CHA) 사무차장보는 "이미 수만 명의 수단 시민이 중아공과 차드, 이집트, 에티오피아, 남수단으로 넘어갔다는 보고가 있다"고 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군벌 간의) 권력 싸움이 수단의 미래를 위태롭게 하는 것은 물론, 국경지대에서 폭발할 수 있는 뇌관에 불을 붙이고 있다. 여러 해 동안 엄청난 고통이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무력 분쟁 자체로 인한 사상자에 더해, 질병 확산, 식량과 물 부족, 기본적인 보건 서비스 붕괴로 인해 더 많은 사망자가 발생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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