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개혁 100일 로드맵 발표…'냄비 시위' 국면 전환 시도
여소야대 하원 통과 어려운 이민법 발의 연기…"나라 분열시킬 주제"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정년 연장을 골자로 하는 연금 개혁을 밀어붙인 프랑스 정부가 노동, 환경, 공공서비스 부문 등에서 앞으로 100일 동안 추진할 개혁안을 공개하며 국면 전환에 나섰다.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는 26일(현지시간) 국무회의를 마치고 기자회견을 열어 완전 고용을 달성하고, 프랑스 산업을 친환경적으로 전환하며 공공 서비스를 재건하겠다는 목표 등을 담은 개혁안을 발표했다.
보른 총리는 "우리가 내리는 모든 결정은 문제를 해결하고 일상생활을 개선해야 한다"며 "나는 결과만을 믿으며 그 결과들은 프랑스인들이 보기에 구체적이고, 실재하며, 가시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노동 부문에서는 임금을 올리고, 근무 환경을 개선하는 등 직장에서 더 나은 삶을 보장할 수 있도록 노동계와 협약을 체결하고, 6월 중으로 완전 고용 달성을 목표로 하는 법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물가 상승에 맞서기 위해 에너지 가격 인상 제한을 유지하고, 최저 시급을 앞으로 1년 안에 최소 6% 인상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프랑스 산업을 친환경적으로 만들기 위한 법안도 5월 중순에 발의할 예정이다.
학교에서는 모든 교사의 급여를 올리고, 간호사 등 의료진 채용을 확대하는 동시에 혼잡한 응급의료 서비스를 개선하는 등 공공 서비스 부문에서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 정부가 지난해 말부터 밑그림을 그려온 이민법 개정안 발의는 미루기로 했다. 연금개혁 못지않게 찬반이 갈리는 주제이다 보니 야당과 협의를 일단 마치고 올해 가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보른 총리는 연금개혁법과 마찬가지로 이민법 개정안이 범여권이 과반을 차지하지 못한 하원을 통과할 가능성이 작다며 "지금은 나라를 분열시킬 수 있는 주제에 대한 토론을 시작할 때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정부와 여당은 이민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해온 우파 공화당(LR)이 이민법 개정안을 지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아직 공화당과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보른 총리는 덧붙였다.
정부가 마련한 이민법 개정안에는 추방 명령을 받으면 지명수배명단에 이름을 올려 불법 이주민 추방에 속도를 내고, 구인난을 겪는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에게 특별 체류증을 발급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하원 표결을 생략해가며 연금 개혁을 강행하고 난 뒤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성난 민심을 달랠만한 유화책을 내놓고 있으나, 불만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마크롱 대통령뿐만 아니라 부처 장관들이 공개석상에 나타날 때마다 연금 개혁 강행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따라와 냄비를 시끄럽게 두드리거나, 전기 공급을 차단하는 방법 등으로 행사를 방해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자신이 가는 곳마다 등장하는 '냄비 시위'에 대해 "주방용기 소리로 상대방의 목소리를 덮어버리는 것은 민주적인 삶의 훌륭한 제스처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BFM 방송이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연금 개혁을 둘러싼) 모든 분노를 이해한다"면서도 "반대와 분노는 전적으로 민주적이고 상대를 존중하는 틀 안에서 나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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