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바이든 '北정권 종말' 언급하며 확장억제 우려 불식

입력 2023-04-27 06:03   수정 2023-04-27 08:32

[한미정상회담] 바이든 '北정권 종말' 언급하며 확장억제 우려 불식
NCG 신설·전략핵잠수함 전개 등 내세워 한국내 핵무장 여론 잠재우기
"韓 잘하는 게 美에도 이익"…IRA 등 韓 우려에 협력 통한 윈윈전략 부각



(워싱턴=연합뉴스) 강병철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 정권의 종말'까지 직접 언급하면서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북핵 위협의 증대에 따라 한국 내에서 자체적인 핵무장 여론이 높아지자 핵협의그룹 신설 및 전략핵잠수함 전개 등의 조치는 물론 북한의 핵 공격에 대한 즉각·압도적 대응 방침까지 거론하면서 미군 통수권자로의 의지를 적극 부각한 것이다.
여기에는 북한의 핵위협을 내세워 한국까지 핵을 보유할 경우 동북아 국가의 '핵무장 도미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중국을 견제하고 자국 내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마련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이 한국 기업에도 이익이 된다면서 미국의 경제 정책에 따른 한국의 피해 우려를 불식하는 데도 공을 들였다.



◇ 바이든 "北핵공격, 용납 못해…정권 종말" =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워싱턴선언에서 "북한의 한국에 대한 모든 핵공격은 즉각적이고 압도적이며 결정적인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미국과 동맹국 등에 대한 북한의 핵 공격은 용납할 수 없으며 어떤 정권이 그런 행동을 하든 간에 정권 종말로 귀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 발언은 미국이 핵 태세 보고서 등에서 사용한 표현이지만 직접 공개적으로 발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의 핵 공격이 있을 경우 즉각 윤 대통령과 협의키로 했다고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전했다.
미국은 또 한국과 핵운용 관련한 공동기획과 실행에 초점을 맞춘 핵협의그룹(NCG)을 신설하고 유사시 핵 기획 문제와 관련한 범정부 도상시뮬레이션도 도입키로 약속했다.
이와 함께 확장억제의 핵심인 전략자산 전개 횟수도 늘리기로 하고 4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전략핵잠수함이 한국 기항을 예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핵운용 기획 등과 관련해 한국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제도적인 틀을 만들고 전략자산 전개도 확대키로 한 것 등은 한국 내 자체 핵무장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최종현학술원의 1월 여론조사에서 전체 76.6%는 한국의 독자적인 핵 개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미국 내 일각에서도 최근 "한국이 핵무장을 결정하면 존중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자 전방위적인 확장억제 신뢰 강화 조치를 취한 셈이다.
여기에는 한국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고려도 깔렸다. 북한 핵 위협에 대한 우려가 커질수록 한국 내에서 자체 핵무장에 대한 압박 여론도 높아질 수밖에 없고 이는 한국의 정책 변화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다.
이와 관련,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계속해서 NPT에 대한 헌신을 확인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미국이 지난 1990년대 초에 철수한 핵무기를 "한국에 다시 배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이 한국과의 핵운용 기획 등을 확대하지만, 핵사용 권한은 전적으로 여전히 미국에 두기로 한 점도 미국 정부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식 핵기획그룹과 유사한 협의체를 만들기로 한 배경으로 분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로서 나는 핵무기 사용에 대해 절대적인 권한을 갖고 있다"고 말한 뒤 NCG와 관련, "어떤 조치가 필요할 경우 적절할 때 동맹과 협의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란 의미"라고 설명했다.



◇ "한국이 잘하는 것이 美에도 이익"…경제협력 이득 강조 =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한미간 경제 협력이 상호 이익이라는 점을 적극 강조했다.
이를 통해 IRA 시행으로 인한 한국 기업의 차별 문제나 반도체지원법과 대중 반도체 통제 조치에 따른 한국 기업의 피해 문제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부심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지원법 등과 관련해서는 "그것은 미국 내 상당한 경제 성장을 일으키고 있으며 그것은 한국에서도 삼성이나 SK 등에서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기업도 이득을 본다고 밝히면서 해당 정책이 '윈-윈(win-win·모두에게 이익)'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아가 "한국이 잘하는 것이 미국에도 압도적 이익"이라면서 "한국 기업들은 미국이 자신들의 성장을 늦추거나 막으려고 노력한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한국 기업이 성장하는 것을 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우리는 강압적인 방식으로 경제적 영향력이 사용되는 것에 함께 맞서고 있다"면서 중국의 경제적 압박에 대한 한미간 협력 필요성도 간접적으로 언급했다.
이와 관련, 그는 한국의 발전을 높이 평가하면서 민주적인 제도를 과학 기술 및 첨단 산업과 함께 발전의 이유로 꼽기도 했다.
solec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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