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명의 은인은…" 고립된 외국인 일주일 보호한 수단 가족

입력 2023-04-27 08:55  

"내 생명의 은인은…" 고립된 외국인 일주일 보호한 수단 가족
"밖은 총탄·안은 포탄 두려워…침대 밑에 피신"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프랑스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모로코 출신 레일라 울크부스(28)는 군벌 분쟁으로 혼란에 빠진 수단에서 탈출한 뒤 "내가 아직도 살아 있는 것은 기적"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프랑스 대사관의 도움으로 수단을 탈출한 울크부스는 2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 도착한 뒤 AFP, AP 통신에 무서웠던 수단에서의 고립 생활을 떠올렸다.
프랑스 보르도 몽테뉴 대학에서 지리학을 연구하는 올크부스는 논문 연구를 위해 수단 수도 하르툼 북부에 있는 투티 섬을 찾았다.
나일강 상류의 백나일강과 청나일강이 만나는 지점에 있는 투티 섬에서 올크부스는 국경을 넘는 강에 대한 댐의 영향을 조사하려고 했다.
올크부스는 내전을 피해 에티오피아에서 진행하던 연구를 멈추고 수단으로 이동했지만, 상황은 그의 기대와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공교롭게도 그가 약 2주 전 수단 정부군과 준군사조직 신속지원군(RSF) 사이의 무력 분쟁이 막 시작했을 때 투티 섬에 도착한 것이다.
그는 "섬에 도착한 뒤 폭발을 봤다. 큰 폭발음과 총격전 소리를 들었다"고 아찔했던 순간을 돌아봤다.
올크부스는 정부군과 RSF의 교전으로 하르툼에 있는 호텔로 돌아갈 수 없어 섬에 갇혀 며칠을 보냈다.
다행히 수단 현지인 가족이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 가족은 올크부스를 집에 초대해 1주일 이상 머물 수 있게 해줬다. 그들은 울크부스에게 손수 만든 요리를 대접하며 보호해줬다.
올크부스는 "충격을 다스릴 수 있게 된 것은 그들 덕분이었다"며 고마워했다.
그러나 수단 가족의 집에서도 공포를 완전히 떨칠 수는 없었다. 폭발음과 총성이 들릴 때마다 올크부스와 수단 가족은 침대 밑에 몸을 숨겨야 했다.
그는 "울음이 터지고 심장이 떨렸다. 숨을 쉴 수 없었다. 나는 이제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밖에 있는 사람들은 총탄이 무섭고, 안에 있는 사람들은 포탄이 두려웠다"고 말했다.
인근의 한 집에는 포탄이 날아와 일가족이 모두 사망했다고 올크부스는 전했다.
다행히 이 섬에 사는 프랑스 대사관 직원이 찾아와 올크부스는 프랑스로 돌아올 수 있었다.
유엔은 수단 군벌간 분쟁으로 최소 459명이 숨지고 4천명 이상이 다쳤다고 발표한 가운데 프랑스는 이날 수단에서 탈출한 프랑스 국적자 195명을 포함해 245명을 태운 비행기가 파리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abbi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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