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투표권의 10% 수준…"종교계 유리천장에 균열" 평가
"진보적 이념 침투시키는 '트로이 목마'" 비판도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세계 주교 대표자들의 회의체에서 여성들도 투표할 수 있도록 했다고 2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날 발표된 새로운 규정에 따르면 올해 10월 4~29일 열리는 세계주교대의원회의(시노드·Synod)에서는 여성들도 사상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교황청은 수도회 대표 구성을 기존 남성 10명에서 남성 성직자 5명과 수녀 5명으로 변경하고, 비(非)주교 신도 70명에게 투표권을 추가로 부여해 그중 절반은 여성으로 채우기로 했다.
사제와 수녀, 부제 등으로 구성되는 비주교 신도 70명은 교황이 주교회의 전국위원회가 추천한 140명 가운데 선출한다. 교황청은 추천 목록에 젊은 신도들을 포함하도록 격려할 예정이다.
이전에는 여성이 시노드에 참관인으로 참여하는 것이 허용됐지만 투표권은 주어지지 않았다.
다만 시노드에 통상 300여명이 참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성들의 투표권은 전체의 10% 수준에 머무른다고 로이터는 전헀다.
시노드는 전 세계 주교들의 대표자를 비롯한 대의원들이 모여 교리와 규율, 전례 문제 등을 토의하는 회의체다.
의결을 통해 결정을 내리는 공의회(Councils)와 달리 시노드는 특정 주제에 대해 논의한 뒤 투표를 거쳐 만든 건의안을 교황에게 제출하는 자문기관의 성격을 지닌다.
2019년 10월 바티칸에서 열린 '아마존 시노드'에서는 결혼한 남성의 사제품 수여와 여성 부제 허용 여부 등 민감한 주제가 논의돼 교회 안팎의 큰 관심을 불러 모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시노드를 '교회의 미래를 결정지을 핵심 심의기구'라고 지칭해왔다.
오는 10월 시노드에서는 신도들의 적극적인 교회 참여에 초점을 맞추는 한편 교회에서 여성의 역할과 성소수자(LGBTQ) 문제도 논의될 전망이다.
이번 결정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교회 민주화' 작업의 일환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동떨어진 위계질서 아래 자행되는 권력남용을 교회의 주된 문제로 지목해왔다고 NYT는 전했다.
특히 교황은 2013년 즉위 이래 교회 전체에서 여성이 더 중요한 직책과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실제 핵심 고위직을 여성들에게 맡겨왔다.
작년에는 여성을 포함해 가톨릭 평신도라면 누구라도 교황청 행정 조직을 이끌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교회 헌법을 발표했고, 전 세계 주교 선출 업무를 보좌하는 교황청 주교부 위원직에 여성 3명을 임명하기도 했다.
교회 내에선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번 결단에 대해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시노드 의장인 장 클로드 홀레리히 추기경은 이를 "중요한 변화"라며 "교회와 관련해 새로운 논의와 의사결정 방식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믿는다"고 의미를 짚었다.
여성안수회의(WOC) 상임이사인 케이트 맥엘위도 "스테인드글라스 천장(여성의 승진을 막는 종교적 장벽)에 중요한 금을 낸 발전"이라며 "시노드 홀에서 양성평등 추세가 커지는 걸 보게 돼 기쁘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반면 보수 성향의 신도들은 시노드를 평가 절하하며 새로운 규정을 "진보적 이념을 교회에 침투시키려는 '트로이 목마'"라고 비난했다고 NYT는 전했다.
시노드 고위직 마리오 그레치 추기경은 평신도들의 참여로 시노드가 풍부해졌다고 평가하면서도 "시노드는 주교들의 시노드로 남을 것"이라고 한계를 지적했다.
acui7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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