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콘퍼런스콜…"설비 투자는 전년 수준 유지"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김아람 기자 = '반도체 한파'로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삼성전자[005930]가 올해 2분기부터 감산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하반기 수요 회복을 기대했다.
이에 따라 첨단 공정과 고부가제품 비중을 늘리고 미래 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27일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에 있다"며 "2분기부터 재고 수준이 감소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며 감소 폭이 하반기에는 더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는 기조를 유지했던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 7일 1분기 잠정 실적 발표 시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며 사실상 감산을 처음으로 공식 인정했다.
삼성전자가 감산을 공식화한 것은 1998년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다.
김 부사장은 "상반기에 고객사 재고 조정이 진행돼 하반기 수요가 점차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수요 성장을 이끌 것으로 보이는 선단 제품 생산은 조정 없이 진행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감산 결정 배경에 대해서는 "단기적 관점보다는 중장기 관점에서 고객이 원하는 제품에 대한 안정적인 공급력 확보를 기조로 미래 수요 확보 차원에서 생산을 운영해 왔다"며 "특정 제품은 앞으로 고객 수요 변동에 대응 가능한 물량을 이미 확보했다고 판단했기에 생산량 하향 조정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재고가 쌓인 DDR4 등 범용제품을 주로 생산하는 화성 사업장을 중심으로 감산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부사장은 "1분기부터 시작된 라인 최적화 등 추가 대응으로 감산 규모는 의미있게 진행되고 있다"며 "하반기에도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탄력적으로 운영할 예정이어서 재고 수준 정상화는 가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래에 대비한 투자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1분기에 사상 최대인 6조5천800억원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시설투자에도 1분기 기준 최대 규모인 10조7천억원을 쏟아붓는 등 미래 준비를 위한 투자는 늘렸다.
김재준 부사장은 "전년과 유사한 수준의 캐펙스(시설투자)는 유지하며 R&D 비중은 지속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의 1분기 D램 출하량은 전 분기 대비 10% 초반 하락했고, 평균판매단가(ASP)는 10% 중반의 하락률을 보였다. 1분기 낸드 출하량은 한자릿수 초반 성장했고, ASP는 10% 후반 하락했다.
2분기에는 D램과 낸드 수요 비트그로스(bit growth·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가 각각 10% 초반과 한자릿수 초반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미국의 반도체지원법 시행에 따른 국내 기업의 피해 우려에 대해 서병훈 부사장은 "미국 정부가 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개별 기업과 협상을 통해 구체화한다고 밝혔다"며 "삼성전자도 이런 절차에 동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 부사장은 이어 "다양한 가능성과 시나리오에 대해 검토하고 있고 가능한 한 지정학적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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