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반시설 혼란 시 단속 강화 취지…인권최고대표 "전적으로 불필요한 법"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폴커 투르크 유엔 인권 최고대표가 최근 영국 의회를 통과한 공공질서법을 철회할 것을 영국에 촉구했다.
투르크 최고대표는 27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공공질서법은 국제인권을 지킬 의무와 양립할 수 없어 큰 문제를 유발하는 법으로, 정부가 가능한 한 빨리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영국 의회가 전날 통과시킨 공공질서법은 유럽 곳곳에서 빈발한 기후 활동가 등의 기습 시위 등으로 공공질서가 혼란을 겪는 일을 막기 위해 경찰의 단속 권한을 강화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이 법은 공항과 철도 등 기반 시설에서 혼란을 야기하는 행동을 금지한다.
특정 시설이나 물건 안에 자신을 가두는 방법 등으로 스스로를 움직이지 못하도록 만드는 행위도 처벌 대상이 된다. 건물 문고리에 쇠사슬로 손을 묶은 채 시위를 계속하는 행동 등 최근 발생한 시위 사례를 염두에 둔 조항으로 보인다.
투르크 최고대표는 "이 법은 뚜렷한 의심 정황 없이 개인을 검문·수색할 수 있는 경찰의 권한을 확대한다는 점에서 우려된다"면서 "모호하면서도 광범위한 방식으로 새로운 처벌 대상 범죄를 규정하고 있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물론 정부는 심각한 혼란으로부터 대중을 보호하고 평화로운 시위를 촉진할 의무가 있다"면서도 "이미 영국 경찰은 폭력적이고 파괴적인 시위에 대응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 법은 전적으로 불필요하다"고 비판했다.
통신 추적 등의 권한을 폭넓게 허용하는 점도 문제 삼았다.
투르크 최고대표는 "이 법은 특정한 사람과 함께 있거나 특정한 방식으로 인터넷을 사용한다는 이유로 대상자를 전자적 방식으로 감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전과 없는 사람들에게도 이런 감시가 허용될 수 있다는 점이 걱정스럽다"고 했다.
또 "이 법이 인권과 환경 문제에 대해 항의하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평화로운 시위를 표적으로 삼는 것 같다는 점을 우려한다"면서 "기후변화와 생물 다양성 등 실존적 주제에 대한 평화적 시위는 차단할 것이 아니라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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