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견 때 메모지 사진 찍혀 구설…"예상 질문 사전 준비 당연"
"한국계 미국인 사회와 소통 위해 LA타임스 선택"
(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과 백악관 공동 기자회견을 앞두고 미국 기자의 질문을 사전에 전달받은 게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졌다. 백악관은 이를 전면 부인했다.
논란은 회견 당시 바이든 대통령이 손에 꼭 쥐고 있던 메모 카드가 포착된 사진이 공개되면서 불거졌다. 이 사진은 27일 온라인상에 급속도로 퍼졌다.
카드엔 첫 질문자인 LA타임스 기자의 사진과 함께 '반도체 제조 리쇼어링(해외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같은 당신의 국내 우선순위를 동맹에 기반한 외교정책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이냐'는 질문 요지가 적혀 있었다.
실제로 첫 질문자로 나선 LA타임스 기자는 '중국에서 반도체 제조 확대를 금지하는 미국 정책이 선거(미 대선)를 앞두고 국내 정치에 도움이 되도록 하기 위해 주요 동맹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는 취지로 질문했다.
중국에서의 반도체 생산을 주력으로 하는 한국 기업이 바이든 정부의 중국 내 반도체 생산 확대 제한 정책으로 피해를 본다는 의미였다.
바이든 대통령의 손에 든 카드와 비슷한 내용의 질문이라는 점이 알려지자 뉴욕포스트 등 미 주요 보수 언론들이 백악관이 사전에 질문 기자의 질문을 입수하는 비신사적인 행동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LA타임스 측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질문 입수설을 부인하면서 "대통령이 기자들이 할 질문, 물어볼 것으로 예상되는 이슈에 대해 (참모들로부터) 사전 브리핑을 받는 것은 전적으로 정상적인 일"이라고 반박했다.
장-피에르 대변인은 "우린 사전에 구체적인 질문지를 받지 못한다. 그것은 우리가 하는 일이 아니다"라며 "하지만 난 대통령이 받은 질문은 카드에 있는 것과 다르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질문 소재만 같지 단어가 다르며, 예상된 질문이라는 주장인 셈이다.
그는 재차 "우린 기자회견을 하고, 대통령은 질문을 받는다. 우리 임무는 여러분이 그에게 무엇을 물어보길 원하는지 파악하는 것"이라며 "대통령뿐 아니라 우리는 모두 그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고 말했다.
내년 대선과 관련한 질문 등도 예상한 것이라고 했다.
질문자 선정에 대한 물음에는 "한동안 (대통령에게) 질문하지 못한 사람을 염두에 두려 노력한다"며 "두 기자 모두 그랬고, 특히 (LA타임스의 근거지인) 캘리포니아는 전국에서 한국계 미국인이 가장 많고, LA는 어떤 미국 도시보다 그 인구가 많다. LA타임스는 거기서 가장 큰 일간지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린 한국계 미국인 사회와 소통하고 싶었고, 이번 회견에서 한국 대통령이 우리와 함께 있었기에 그게 꽤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전날 공동회견은 한미 정상의 모두 발언에 이어 두 나라가 기자 2명씩 질문을 던지는 식으로 진행됐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대통령이 기자회견이나 행사에서 중에 메모를 앞에 두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라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직접 쓴 메모지를 들고 있다가 사진이 자주 찍히기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번 논란은 고령 대통령이란 이유로 정신건강 문제를 파고들던 보수주의자들에게는 좋은 공격 소재를 제공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honeyb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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