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보름 전 조상 뿌리 있는 아일랜드 방문…즉답 못하고 머뭇
어린이 기자단과 즉석 회견 "좋아하는 음식은 초코칩 아이스크림"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가장 최근에 방문한 외국 국가는 어디인가요?" "어… 어디였더라?" "아일랜드요!" "아, 그렇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어린이 기자단의 화기애애한 즉석 기자회견이 잠시 어색해진 순간이었다.
그전까지 모든 질문에 막힘없이 속사포처럼 답하던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의 마지막 방문지가 어디였냐는 질문에 바로 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불과 보름 전 자신의 뿌리가 있는 아일랜드를 찾아 눈물까지 쏟은 바 있다.
ABC뉴스 등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연중행사인 어린이 방문 일정에 참석했다.
미국에선 매년 4월 넷째주 목요일 어린이를 부모의 직장에 데려오는 행사가 열리는데, 이날 백악관 직원과 출입기자 등의 자녀들이 백악관에 초청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상하의를 검정색으로 맞춘 '올블랙' 차림으로 멋을 낸 어린이 비밀경호국 요원들의 경호 속에 백악관 사우스론에 나와 수십명의 어린이들을 맞았다.
간단한 인사 뒤 바이든 대통령은 아이들과 즉석에서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어린이 기자단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이냐고 물었고, 아이스크림 광으로 유명한 바이든 대통령은 초코칩 아이스크림이라고 단호하게 답했다.
좋아하는 영화에 대해선 '탑건 매버릭'이라고 말했다.
가장 큰 영감을 준 인물을 묻는 말엔 정치적으론 마틴 루서 킹이고, 개인적으론 부모님이라고 답했다.
아침 식사 메뉴는 뭐였냐는 질문엔 스크램블드에그와 베이컨을 곁들인 크루아상이라고 공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짧은 질문에 비해 긴 내용으로 막힘없이 답변을 쏟아냈다.
30여분간 이어진 회견은 최근 수주일간 어른 기자들과 한 것보다 훨씬 길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방문한 나라가 어디냐'는 질문에 바이든 대통령은 바로 답을 하지 못했다.
그는 시간을 벌려는 듯 "지금까지 89명의 정상과 만났다"라고 했지만 선뜻 답을 내놓지 못하고 "어디였더라, 지금 기억을 되짚고 있는데 쉽지 않네"라고 말했다.
그러자 한 어린이 기자가 먼저 "아일랜드요"라고 했고, 그제야 바이든 대통령은 "아, 그렇지. 아일랜드야"라고 말했다. 주위에선 웃음이 터져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1∼14일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를 방문했다.
아일랜드계인 바이든 대통령은 아일랜드 의회에서 연설하며 아일랜드어로 "고향에 왔다"고 선언하는가 하면, 조상들의 고향인 메이요주를 방문했다가 먼저 죽은 아들 보 바이든의 임종 자리를 지켰던 신부를 만나 눈물을 쏟기도 했다.
무엇보다 강렬한 기억이 남았을 아일랜드 방문일 터인데 그 이름을 기억해내지 못한 것이다.
올해 80세인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차기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이전부터 크고 작은 말실수를 거듭하는 모습을 보였기에 고령인 그가 막중한 압박을 받는 미국 대통령직을 잘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이어져 왔다.
bana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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