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80년대 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과 비슷한 조짐"
일부 투자자 "채권·주식 대신 원자재로 관심 돌려야"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 미국이 물가 상승 속에 예상을 밑돈 1분기 경제 성적표를 받아 들면서 40여년 전과 같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에 대비해 채권이나 주식 대신 원자재로 관심을 돌려야 한다는 투자자들의 조언도 벌써 나오고 있다.
28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CNBC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연율 1.1%로 월가의 전망치 1.9%를 크게 밑돌았다.
직전 분기였던 지난해 4분기(2.6%)보다도 성장률이 크게 내려갔다.
미국 경제는 최근 1년간 공격적인 금리 인상과 고질적인 인플레이션에 직면해있으면서도 놀라울 정도의 회복력을 보였지만 이런 흐름이 깨진 것이다.
미국의 성장 속도가 느려진 것은 주로 민간 기업들과 부동산 부문의 투자 감소 때문이다.
이 2가지 요소는 금리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점에서,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지난 1년간 기준금리를 거의 5%포인트 끌어올린 것이 경제 전반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2분기 경제는 더 위축될 거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고물가는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연준이 선호하는 인플레이션 지표 중 하나인 개인소비지출(PCE) 지수는 4.2%로 예상치인 3.7%를 웃돌았다.
그동안 급격한 금리 인상이 경기 침체(recession·리세션)를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하지만 1분기 성장률과 물가 지표를 접한 일부 전문가는 이보다 악성 침체를 경계하고 있다. 바로 1970년대 미국을 덮쳤던 스태그플레이션이다.
CNBC방송은 불황 속에 물가가 계속 오르는 1970∼198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과 비슷한 조짐이라고 진단했다.
프린시펄 자산운용의 수석 글로벌전략가인 시마 샤는 CNBC에 "연준의 지표들을 바탕으로 하는 '뉴욕연준 경기침체 가능성 모델(New York Fed Recession Probability Model)'은 1980년대 이후 가장 높은 침체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4월 글로벌 펀드 매니저 조사에 따르면 펀드매니저의 약 86%가 "스태그플레이션이 앞으로 12개월 동안의 세계 경제 전망을 가장 잘 설명한다"고 말했다고 미국 경제 전문지 포천이 전했다.
하지만 아직 스태그플레이션을 걱정할 단계가 아니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LPL파이낸셜의 로렌스 길럼 수석 채권 전략가는 로이터통신에 "시장은 인플레이션이 지금보다 더 완화할 것으로 예상했었고, 이는 연준이 다음 주 금리를 인상할 수 있는 탄약을 제공한다"면서 "우리는 아직 스태그플레이션 환경이라고 부를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인플레이션이 완강하게 높게 유지된다면 거기(스태그플레이션)에 도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일부 투자자는 일찌감치 채권이나 주식 대신 고물가 경기 침체기에 각광받는 원자재로 눈을 돌리고 있다.
호주 국부펀드의 라파엘 아트 최고책임자는 27일 한 행사에서 "빅이슈는 스태그플레이션"이라면서 "원자재 관련 상품이나 금, 다른 인플레이션 통과 자산(inflation pass-through assets)이 현시점에서 매력적"이라고 말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호주 최대 민간 연금 오스트레일리안수퍼의 케이티 딘 채권 책임자도 같은 행사에서 스태그플레이션적 환경에서 원자재가 매력적이라는 점에 동의했다.
그는 "채권과 주식 시장이 기대하는 것처럼 연준이 금리 인하로 (시장을) 구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anfou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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