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자 1천100만명 넘어…노점 차리고 종업원·배달원도 마다 안 해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청년 실업률이 20%에 육박하는 중국의 올해 대학 졸업예정자가 역대 최대 규모인 1천100만여명에 달해 취업난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28일 중국중앙TV(CCTV) 보도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대학 졸업 예정자는 작년보다 82만명 증가한 1천158만명에 달한다.
중국에서 대학 졸업자가 1천100만명을 넘어선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청년 실업률이 고공행진 하는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의 대졸자들까지 구직 시장에 나오면서 취업난이 심화하고, 구직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3월 16∼24세 청년 실업률은 19.6%를 기록했다.
청년 실업률은 작년 12월 16.7%였던 것이 올해 1∼2월 18.1%로 높아지는 등 계속 상승했다.
방역 당국이 작년 말 방역을 완화, '위드 코로나'로 전환했음에도 경제 회복이 더딘 데다 미국과의 갈등 고조 속에 서방의 중국에 대한 첨단기술 수출 규제 등 글로벌 정세가 불안한 탓에 기업들이 여전히 고용에 소극적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웨이보 등 소셜미디어(SNS)에는 대학을 졸업한 뒤 노점상을 차렸다거나 식당 종업원, 택배업체 배달원으로 일한다는 글들이 잇따르고 있다.
그나마 경기 회복 속도가 빠른 요식업이나 숙박시설, 택배업체들이 저숙련, 저임금 노동자들을 구하기 때문이다.
지방을 전전하며 공무원 시험을 치르는 '공시생 유랑단'이 등장,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는 젊은이들은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 종교 사원으로 몰리기도 한다.
베이징의 라마교 사찰인 융허궁에는 매일 4만명가량이 방문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지난 11일 보도했다.
중국 온라인 여행사 트립닷컴(중국명 셰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사찰 관광지 입장권 판매량이 작년보다 310% 급증했으며 이 중 절반가량이 1990년대 이후 출생한 MZ세대다.
중국 중앙재경대 국제금융연구센터 장치디 객원 연구원은 "기업들은 고용 여력이 없고, 대졸자는 심각한 공급 과잉 상태"라며 "살아남는 것이 급선무인 대졸자들은 생계를 위해 택배 등 막일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지난 26일 국유기업 채용을 확대하고, 미취업 대졸자를 1년 이상 고용하는 기업에 연말까지 일회성 고용 보조금을 지급하며, 창업 관련 대출 이자를 할인하는 등 청년 실업 완화 대책을 발표했다.
또 가정 형편이 어려운 대졸자들에 대해 학자금 대출 이자를 감면하고 원금 상환을 유예했다.
그러나 이런 조처들은 실업과 구직난 해소의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 없으며 경제 회복에 따른 기업들의 펀더멘털 개선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p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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