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독일·이탈리아·네덜란드·튀르키예 등 유럽 5개국
공중투하 핵폭탄 20발씩 공유 추정…러 대공방어탓 실효성 의문도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확장억제를 강화한다는 워싱턴 선언이 '핵공유'(Nuclear sharing)에 해당하는지와 관련해 한미 양측이 온도차를 보이는 가운데 미국이 실제로 핵무기를 공유한 국가들이 어디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핵무기 공유는 미국이 주도하는 군사 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핵억제 정책 개념이다.
자국내에 핵무기를 배치할 시설을 제공하고 투발임무 일부를 담당하는 대신, 핵무기 최종 사용 권한을 제외한 핵정책과 사용관리, 운영 등 모든 사항을 핵무기 제공국과 협의해 결정한다는 것이다.
나토 회원국 중 핵보유국은 미국과 프랑스, 영국 등 3개국이지만, 실제로 동맹과 핵무기를 공유한 국가는 미국이 유일하다.
현재 미국의 핵무기가 배치된 국가는 벨기에,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튀르키예 등 5개국이다. 이들 국가는 핵무기 투발을 위한 이중용도 항공기(Dual-Capable Aircraft·DCA)도 따로 지정해 운용하고 있다.
이들 국가에는 1960년대에 개발된 항공폭탄인 B61 전술핵폭탄 20발씩이 배치된 것으로 추산된다.
한때 미국은 유럽에 7천300여발에 이르는 핵무기를 배치했으나, 냉전 종식으로 숫자가 감소하다가 1999년에는 B61을 제외한 모든 핵무기가 본국으로 철수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선 전폭기로 핵무기를 운반해 적국에 투하하는 방식의 현행 공유 핵무기 사용 계획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미국 핵무기 연구소인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LNL) 산하 세계안보연구센터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B61의) 억지력은 DCA가 적국 상공을 날 수 있는 능력에 의존하는데 러시아의 대공·대미사일 방어 체계가 계속 향상되면서 이런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동아시아 위기 발발시 재배치하려던 잠수함 발사 핵탑재 토마호크 미사일이 2010년 전량 퇴역한 이후 미국은 '전 세계 어디든 이중용도 전폭기를 전진배치할 역량을 유지하겠다'고 약속해 왔지만 이런 역량이 입증됐다고 볼 증거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유럽과 아시아 모두에서 미국이 제공하는 확약과 실질적 억제 사이의 간극이 커지고 있다면서, 핵무기 공유가 이뤄지고 있는 유럽 입장에선 스텔스기 도입 등 DCA 현대화가 억지력 강화에 효과적일 수 있지만 핵무기 공유가 이뤄지지 않은 아시아에선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향후 신형 장거리 스탠드오프(LRSO) 순항미사일이 배치된다면 역내 억제력 확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무기를 (해당) 지역에 배치할 계획이 있다면 유용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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