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 규정한 尹대통령 연설에 "항미원조 위대한 승리" 주장
北남침 의한 한국전쟁 中참전을 美북진 맞선 정당 행위로 강변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중국 외교부가 미군 등 유엔군이 중국군에 맞서 싸웠던 6·25전쟁 장진호 전투를 '기적'으로 표현한 윤석열 대통령의 27일(현지시간) 미국 의회 연설 내용에 대해 거친 표현을 써가며 반박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8일 정례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 연설 중 장진호 전투 관련 내용에 대한 중국 기자의 논평 요구에 "나 역시 한국 지도자의 연설 중 관련 내용에 주의했다"며 "나는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움) 전쟁의 위대한 승리가 중국과 세계에 중대하고 심원한 의의를 갖고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고 밝혔다.
마오 대변인은 "그것은 어떤 나라든, 어떤 군대든 역사 발전의 흐름과 반대편에 서서, 힘을 믿고 약자를 괴롭히고, 시대 흐름에 역행하고, 침략을 확장하면 반드시 머리가 깨지고, 피를 흘릴 것이라는 강철 같은 사실을 세상에 알린다"며 사실상 미국을 겨냥해 강경 발언을 했다.
그러면서 "관련국이 세계 평화와 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을 많이 해서 이런 전철을 밟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부연했다.
이어 "장진호 전투에 대한 중국 전쟁사의 기재에 따르면 미군 2만4천 명을 포함해 총 3만6천 명을 섬멸했다"며 "그중 미군 한 연대 전체를 섬멸했다는 내용도 있다"고 말했다.
또 "월턴 워커 미8군 사령관도 혼란 중에 차량 전복으로 사망했고, 당시 애치슨 미 국무장관은 미 역사상 가장 퇴로가 길었던 패퇴였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마오 대변인의 이날 언급은 북한의 침공으로 시작한 한국전쟁에 대해 중국이 갖고 있는 정반대의 역사관에 입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은 6·25전쟁에서 자국이 참전한 1950년 10월부터 정전협정이 체결된 1953년 7월까지를 '항미원조 전쟁'으로 공식 표현하며 "미국 제국주의 침략에 맞선 전쟁"으로 규정한다.
중국은 6·25전쟁에 대해 북한의 남침을 인정하지 않으며, 한반도에서 남북 쌍방간에 발생한 내전으로 규정해왔다. 또 반격에 나선 미군이 38도선을 넘어 북진한 것은 '침략'이자 중국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며 참전을 정당화해왔다.
이와 관련, 중국 외교부는 2월 20일 발표한 '미국의 패권·패도·괴롭힘과 그 위해(危害)'라는 제목의 글에서 미국의 전쟁사를 거론하면서 "2차 대전 이후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걸프전, 코소보전쟁, 아프가니스탄전쟁, 이라크전쟁, 리비아전쟁, 시리아전쟁을 도발하거나 발동해 군사적 패권을 확장하는 길을 열었다"고 기술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미 의회 연설에서 "미 해병대 1사단은 장진호 전투에서 중공군 12만 명의 인해 전술을 돌파하는 기적 같은 성과를 거뒀다"며 "장진호 전투에서만 미군 4천500명이 전사했고, 6·25 전쟁에서 미군 약 3만7천명이 전사했다"고 말했다.
장진호 전투는 1950년 겨울 개마고원 장진호 일대까지 북진했던 미 해병 1사단이 중공군 7개 사단에 포위돼 전멸 위기에 처했다가 포위망을 뚫고 철수한 과정을 말한다.
1950년 11월 27일부터 그해 12월 11일까지 벌어진 장진호 전투에서 미군을 포함한 유엔군 사상자(동상 등 비전투 요인 포함) 규모는 1만7천 명 이상인 것으로 한국 측에서는 보고 있다. 중국 측도 자국군 사상자가 동상에 따른 피해를 포함해 5만명 이상인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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