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헝가리 사흘 방문일정 개시…우크라전·난민문제 화두
환영행사로 일정 시작…거동 불편하지 않고 밝은 표정
오르반 총리와 대화·우크라 난민 접견·미사 집전 등 예정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이 28일(현지시간) 사흘간의 헝가리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이날 오전 부다페스트 리스트 페렌츠 국제공항에 도착한 교황은 세미옌 졸트 헝가리 부총리와 시민들의 환영을 받았다.
외신의 현장 중계 영상과 사진 등에 나온 교황은 지팡이를 짚고 있지만 거동에 큰 불편을 겪지 않는 모습이었고, 표정도 밝아 보였다.
교황은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 카탈린 노박 대통령 등 정부 고위 인사들이 모인 가운데 부다페스트 산도르 궁에서 열린 환영 행사에 참석했다.
교황의 헝가리 방문은 이번이 두번째다. 2021년 9월 부다페스트를 찾았던 교황은 오르반 총리 면담과 세계성체대회 폐막 미사 집례 일정만 소화한 뒤 헝가리를 떠났다.
당시 헝가리에 머문 시간이 7시간에 그쳤던 교황은 이번에는 사흘 일정으로 폭넓은 행보를 이어간다. 지난달 말 호흡기 질환 때문에 입원 치료를 받았던 교황이 건강을 충분히 회복했는지도 살필 수 있을 만한 일정이다.
교황은 이날 오르반 총리 및 카탈린 노박 대통령 등 정부 당국자들을 만나 담화한다.
부다페스트의 신학대학교에서 학계 및 문화계 인사들을 대상으로 연설하고, 전란을 피해 헝가리로 들어온 우크라이나 난민을 만나는 일정도 소화할 예정이다.
30일에는 다뉴브강이 내려다보이는 부다페스트 내 헝가리 의회 청사 앞에서 열리는 야외 미사를 직접 주재한다. 우리 외교부 통계에 따르면 헝가리는 국민 중 가톨릭 신자 비율이 전체 인구의 37%로, 정교회 신자들이 많은 동유럽에서 가톨릭 교세가 비교적 큰 나라다.
교황이 이번 헝가리 방문 기간에 내놓을 메시지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난민 문제에 초점을 둘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유엔에 따르면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100만명 이상의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헝가리로 피난했다. 이는 교황이 지난해 4월 오르반 총리의 예방을 받으면서 그에게 난민 수용에 대해 감사를 표한 이유이기도 하다.
반면 극우 포퓰리즘 성향이라는 평가를 받는 오르반 정부는 이민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오르반 총리는 유럽연합(EU) 지도자 중 가장 친러 성향이 강한 인물로 꼽히기도 한다.
헝가리는 헌법으로 동성 결혼을 금지하며 미디어 콘텐츠에서 성소수자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을 막는 등 소수자 인권 문제로 EU 내에서 논란이 불거진 나라이기도 하다.
이처럼 예민한 현안을 둔 헝가리에서 교황은 우크라이나에서의 종전과 평화를 위해 힘을 모으자는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제안을 거부하고 있는 헝가리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종전 협상에 나서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교황이 오르반 정부의 이민 정책이나 성소수자 논란을 직접 거론하기보다는 가톨릭 교리에 근거한 인류 보편 가치를 언급하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온다.
교황이 일정 가운데 우크라이나 난민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헝가리에는 감사의 뜻과 더불어 난민 문제에 관한 정책적 고려를 요청하는 메시지가 전달되는 게 아니겠느냐는 시각도 있다.
prayerah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환영행사로 일정 시작…거동 불편하지 않고 밝은 표정
오르반 총리와 대화·우크라 난민 접견·미사 집전 등 예정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이 28일(현지시간) 사흘간의 헝가리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이날 오전 부다페스트 리스트 페렌츠 국제공항에 도착한 교황은 세미옌 졸트 헝가리 부총리와 시민들의 환영을 받았다.
외신의 현장 중계 영상과 사진 등에 나온 교황은 지팡이를 짚고 있지만 거동에 큰 불편을 겪지 않는 모습이었고, 표정도 밝아 보였다.
교황은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 카탈린 노박 대통령 등 정부 고위 인사들이 모인 가운데 부다페스트 산도르 궁에서 열린 환영 행사에 참석했다.
교황의 헝가리 방문은 이번이 두번째다. 2021년 9월 부다페스트를 찾았던 교황은 오르반 총리 면담과 세계성체대회 폐막 미사 집례 일정만 소화한 뒤 헝가리를 떠났다.
당시 헝가리에 머문 시간이 7시간에 그쳤던 교황은 이번에는 사흘 일정으로 폭넓은 행보를 이어간다. 지난달 말 호흡기 질환 때문에 입원 치료를 받았던 교황이 건강을 충분히 회복했는지도 살필 수 있을 만한 일정이다.
교황은 이날 오르반 총리 및 카탈린 노박 대통령 등 정부 당국자들을 만나 담화한다.
부다페스트의 신학대학교에서 학계 및 문화계 인사들을 대상으로 연설하고, 전란을 피해 헝가리로 들어온 우크라이나 난민을 만나는 일정도 소화할 예정이다.
30일에는 다뉴브강이 내려다보이는 부다페스트 내 헝가리 의회 청사 앞에서 열리는 야외 미사를 직접 주재한다. 우리 외교부 통계에 따르면 헝가리는 국민 중 가톨릭 신자 비율이 전체 인구의 37%로, 정교회 신자들이 많은 동유럽에서 가톨릭 교세가 비교적 큰 나라다.
교황이 이번 헝가리 방문 기간에 내놓을 메시지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난민 문제에 초점을 둘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유엔에 따르면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100만명 이상의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헝가리로 피난했다. 이는 교황이 지난해 4월 오르반 총리의 예방을 받으면서 그에게 난민 수용에 대해 감사를 표한 이유이기도 하다.
반면 극우 포퓰리즘 성향이라는 평가를 받는 오르반 정부는 이민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오르반 총리는 유럽연합(EU) 지도자 중 가장 친러 성향이 강한 인물로 꼽히기도 한다.
헝가리는 헌법으로 동성 결혼을 금지하며 미디어 콘텐츠에서 성소수자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을 막는 등 소수자 인권 문제로 EU 내에서 논란이 불거진 나라이기도 하다.
이처럼 예민한 현안을 둔 헝가리에서 교황은 우크라이나에서의 종전과 평화를 위해 힘을 모으자는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제안을 거부하고 있는 헝가리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종전 협상에 나서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교황이 오르반 정부의 이민 정책이나 성소수자 논란을 직접 거론하기보다는 가톨릭 교리에 근거한 인류 보편 가치를 언급하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온다.
교황이 일정 가운데 우크라이나 난민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헝가리에는 감사의 뜻과 더불어 난민 문제에 관한 정책적 고려를 요청하는 메시지가 전달되는 게 아니겠느냐는 시각도 있다.
prayer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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