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푸르 인명피해 급증…하르툼 등에서 격렬한 싸움
미국도 첫 민간인 철수작전 개시…버스로 약 300명 대피
(카이로·서울=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노재현 기자 = 수단 정부군과 준군사조직 신속지원군(RSF)이 휴전 연장 합의 이후에도 치열한 싸움을 이어가는 가운데, 현지 체류자 철수작전에 투입된 튀르키예 공군기가 총격을 받았다.
28일(현지시간) 로이터와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수도 하르툼 인근 옴두르만의 와디 세비드나 공항에서 현지 체류자를 철수시키기 위해 착륙하던 튀르키예군의 C-130 수송기에 총격이 가해졌다.
수송기가 총격을 받고도 안전하게 착륙하면서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기체에 불이 붙었고 연료 공급 장치에 이상이 생겼다.
RSF는 즉각 성명을 내고 군용기에 총격을 가한 것이 자신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수도 하르툼과 인근 도시에서는 정부군과 RSF 간 격렬한 싸움이 이어졌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전투기와 대포, 탱크 등 화력이 총동원된 싸움으로 주택가 인근까지 총격과 폭발음이 났고, 폭격이 끊이지 않은 인근 도시 바흐리에는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
바흐리에 거주하는 마하신 알-아와드씨는 "오늘 아침 상황은 아주 무서웠다. 비행기 소음과 폭발음이 들렸다. 이 지옥 같은 상황이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앞서 정부군과 RSF는 미국 등 국제사회의 압박 속에 28일부터 30일까지 사흘간 휴전을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휴전 연장 합의가 무색할 만큼 격렬한 싸움이 이어지는 가운데 양측은 서로 상대방이 휴전 약속을 깼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영국 BBC에 따르면 RSF의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사령관은 교전이 끝날 때까지 정부군과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갈로 사령관은 이 방송과 진행한 전화 인터뷰에서 휴전 연장 이후에도 정부군이 RSF 전투원들을 가차 없이 폭격했다며 "적대 행위를 멈춰라. 그런 다음에야 협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정부군을 이끄는 압델 파타 부르한 장군이 이끄는 정부군을 "신뢰할 수 없는 배신자"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반면, 부르한 장군은 미국이 지원하는 알후라 TV와 한 인터뷰에서 "다갈로는 수단을 통치하고 자원을 장악하고 자신의 부를 확대하기를 원한다"며 다갈로 사령관을 비난했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한편, 수단 서부 다르푸르 지역에서는 정부군과 RSF 간 충돌이 부족 간 폭력 사태로 이어지면서 상황이 급격하게 악화하고 있다.
다르푸르 변호사협회는 "서다르푸르 주도 주네이나에서는 군인들이 민가를 향해 로켓을 쏘고 있다. 기관총과 방공 무기가 사용된다는 보고도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수단 의사 연합회는 이틀간 다르푸르에서 최소 74명, 유엔 인권사무소는 지난 24일 이후 최소 96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집계했다.
라비나 샴다사니 인권사무소 대변인은 "다수의 교도소에서 수감자들이 풀려나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수단 내 미국 민간인들에 대한 철수 작전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28일 저녁 하르툼에서 미국 민간인 약 300명을 태운 버스 행렬이 홍해 방면으로 출발했다.
이 버스들은 약 525마일(약 845㎞)을 달려 수단 동북부 항구도시 포트수단으로 향할 예정이다.
미군은 이동 중 안전을 위해 상공에 무장 드론(무인기)을 띄운 상황이라고 NYT는 전했다.
미 정부는 이달 23일 항공기를 투입해 수단 내 자국 외교관과 제3국 외교관 등 약 100명을 에티오피아로 대피시켰지만, 미국 국적 민간인 철수 작전에 나서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정부에 따르면 수단에는 미국인 약 1만6천명이 체류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들은 대부분 이중국적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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