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기자단 만찬 연설 "난 늙은게 아니라 지혜롭고 노련해"
퇴출 CNN 앵커 발언 빗대어 "돈 레몬이라면 '바이든은 전성기'라고 할 것"
폭스뉴스·디샌티스 겨냥 촌철살인…언론 자유의 중요성 강조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최근 재선 도전을 공식 선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을 대표하는 언론과 연례행사에서 자신의 나이와 대선 경쟁자에 대한 농담을 던지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한 호텔에서 열린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에서 "난 헌법 1조(표현·언론의 자유)를 신봉한다. 내 절친인 지미 매디슨이 썼기 때문만은 아니다"라고 말해 청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미국의 4대 대통령인 제임스 매디슨을 친구라 칭할 정도로 나이가 많은 점을 부각한 발언이었다.
그는 "나를 늙었다고 하는데 난 노련한 것이다. 나를 고대인이라고 하는데 지혜로운 것이다. 내가 한물갔다고 하는데 돈 레몬이라면 '바이든은 전성기'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돈 레몬은 CNN방송의 대표 앵커였으나 "여성의 전성기는 40대까지"라는 성차별적 발언으로 최근 CNN에서 퇴출당했다.
백악관 기자단 만찬은 1924년 시작된 연례행사로 2020∼2021년에는 코로나19로 열리지 않았다가 작년에 재개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작년처럼 연설에 정치와 언론에 대해 가벼운 이야기와 언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그는 바이든 정부에 비판적인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를 주로 제물로 삼았다.
그는 행사에 참석한 폭스뉴스 기자들이 "올해에는 7억8천700만달러 배상금 때문에 공짜 식사를 마다할 수 없어 왔다"고 말했다.
폭스뉴스가 개표기 업체 도미니언보팅시스템이 2020년 대선 당시 바이든 대통령을 위해 투표 결과를 조작했다고 보도했다가 소송을 당해 최근 도미니언에 거액을 배상하기로 한 것을 꼬집은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난 폭스가 정직하고 공정하며 진실했다고 말할 수 있지만 그랬다가는 명예훼손 소송을 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적을 겨냥한 농담도 빠지지 않았다.
그는 모두가 오늘 밤을 즐기되 안전하기를 바란다면서 "만약 방향 감각을 잃었거나 혼란스럽다면 당신은 술에 취했거나 마조리 테일러 그린"이라고 말했다.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은 극우 성향의 친트럼프 정치인으로 바이든 대통령을 맹비난해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에 대한 농담도 많이 준비했다면서 "하지만 미키마우스가 날 제치고 선수를 쳤다"고 말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플로리다에 디즈니월드를 운영하는 디즈니와 갈등을 빚어 왔고 최근에는 디즈니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바이든 정부 대표 정책 예산을 삭감하는 법안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공화당이 가장 최근에 이처럼 불운한 것을 통과시키려 했을 때는 15번이나 시도해야 했다"고 말했다.
매카시 의장이 공화당 내 강경파의 반대로 15차례 투표 끝에 겨우 의장이 된 것을 상기시킨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한 차례 언급했는데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자신의 나이는 문제 삼으면서 역시 고령인 트럼프의 나이는 걱정하지 않는다는 불만을 표시하면서였다.
연설의 시작과 끝은 진중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 초반에 러시아가 간첩 혐의로 구금한 에반 게르시코비치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의 가족을 소개하고서 "우리는 그의 석방을 위해 매일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에는 "민주주의는 여전히 위태롭다"며 진실이 거짓에 승리하고 미국의 영혼을 회복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메시지로 건배를 제안했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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