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원금·이자 미뤄줬는데도…은행 연체율도 2년반來 가장 높아
"高금리·물가, 경기둔화, 부동산침체, 금융지원 종료로 연체율 계속 오를것"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박대한 민선희 오지은 기자 =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며 크게 늘어난 기업·가계 대출의 부실 문제가 수면 위로 서서히 떠오르고 있다.
2금융권의 기업 연체율은 약 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고, 은행 전체 연체율(기업+가계)도 2년 반 만에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이에 따라 금융권은 1년 전의 2.4배에 이르는 대손충당금을 쌓으며 건전성 관리에 들어갔지만, 경기가 계속 나빠지고 대출 상환 연장·이자 유예 등의 코로나 금융 지원까지 하반기 끝날 경우 부실 폭탄이 하나둘 터지기 시작할 것으로 우려된다.
◇ 기업대출 1천874조원, 코로나 3년새 44%↑…2금융권 85% 급증
1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기업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현재 국내 금융권(은행+비은행 금융기관)의 기업대출 잔액은 모두 1천874조원(은행 1천221조6천억원+비은행 652조4천억원)에 이른다.
역대 최대 규모일 뿐 아니라 코로나19 직전 2019년 4분기(1천263조5천억원)와 비교해 3년 새 43.8% 늘었다.
특히 2금융권 기업 대출은 같은 기간 357조2천억원에서 662조4천억원으로 85.4%나 불었다.
은행권의 기업대출 차주(대출자) 수 역시 작년 4분기 현재 사상 가장 많은 350만명까지 불어있다. 3년 전(230만명)보다 39.1%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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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비은행 금융기관 기업대출 잔액 추이│
│ ※ 한국은행·양경숙 의원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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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분기│2022년 4분기│증감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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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기업대출 잔액│906조3천억원│1천221조6천억원 │3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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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기업대출자 수│230만명 │350만명 │39.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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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은행 금융기관 │357조2천억원│662조4천억원│85.4% │
│기업대출 잔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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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비은행 합계│1천263조5천억원 │1천874조원 │4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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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금융권 연체율 작년 4분기 2.24%…2016년 1분기 이후 '최고'
더구나 '2금융권'으로 불리는 비(非)은행 금융기관(저축은행·상호금융·보험사·여신전문금융사 등)을 중심으로 기업 대출의 연체율까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비은행 금융기관의 기업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지난해 4분기 기준 2.24%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1.81%)보다 0.43%포인트(p) 뛰었고, 2016년 1분기(2.44%) 이후 6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업권별 연체율은 ▲ 저축은행 2.83% ▲ 상호금융 3.30% ▲ 보험사 0.15% ▲ 여신전문금융사(카드·캐피털 등) 1.01%인데, 특히 상호금융의 경우 2020년 1분기(3.19%) 이후 처음 작년 4분기 연체율이 3%를 넘어섰다.
여신전문금융사의 연체율도 2019년 3분기(1.16%) 이후 최고 수준이다.
◇ 은행권, 2월 연체율 뛰자 부실 대출채권 매각…3월 소폭 하락
은행권의 연체율도 코로나19 사태 직후 수준까지 올랐다. 2020년 1분기부터 지금까지 대출만기 연장·이자 유예·저금리 대환(갈아타기)대출 등의 금융지원으로 잠재 부실이 지표에 드러나지 않고 연체율은 낮은 상태를 유지했는데, 작년 하반기부터 뚜렷하게 오르며 2∼3년 전으로 되돌아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국내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은 0.36%로 한 달 새 0.05%p 또 상승했다. 2020년 8월(0.38%) 이후 2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대출 주체별로 나눠보면 기업대출(0.39%), 가계대출(0.32%) 연체율이 2월보다 0.05%p, 0.04%p씩 올랐다.
한은 자료에서도 국내은행 가계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3분기 0.19%에서 4분기 0.24%로 3개월 사이 0.05%p 상승했다. 0.24%는 2020년 2분기(0.25%) 이후 2년 반 만에 최고 연체율이다.
연합뉴스가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은행의 신규연체율·고정이하여신(NPL·부실 대출채권)비율 추이를 조사한 결과, 3월 지표들이 2월보다는 다소 나아졌다. 신규연체율은 해당월 신규 연체 발생액을 전월 말 대출잔액으로 나눈 것으로, 새로운 부실 증감 추이를 보여준다.
5대 은행 평균 신규연체율은 2월 0.09%까지 높아졌지만, 3월에는 0.07%로 떨어졌다. 평균 고정이하여신비율도 2월 0.27%에서 3월 0.25%로 내려왔다.
연체율 등이 빠른 속도로 뛰자 은행들이 최근 부실 대출채권을 적극적으로 매각하며 지표 관리에 나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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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연체율·고정이하여신비율 추이│
│※ 5대 은행 자료 취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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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신규연체율 │평균 고정이하여신(NPL) 비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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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 │0.04% │0.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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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 │0.08% │0.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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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 │0.09% │0.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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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0.07% │0.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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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금리 상환부담, 2분기부터 본격적"…4대 금융지주, 충당금 2.4배로 늘려
하지만 금융권은 금리와 경기·부동산 전망 등으로 미뤄 연체율의 추세적 상승을 막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취약차주, 다중채무자(3곳 이상 금융기관 대출) 등을 중심으로 가계·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이 최근 상승세"라며 "높은 금리·환율·물가와 저성장, 수출·소비 감소 등으로 조달·사업비용이 급증해 채무상환 능력이 떨어지고 한계기업도 늘어 기업대출 연체율 역시 오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국내 기준금리가 당분간 인하되지 않을 전망인 데다 국내 대출이 주로 변동금리 조건으로 이뤄진 만큼 작년 금리 급등에 따른 상환 부담 증가는 올해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더구나 경기침체와 고금리 등으로 부동산 경착륙과 부동산 관련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도 커지면서 연체율 관리 강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기준금리 인상, 소비자 물가 상승 등에 따른 가계 실질소득 감소와 소비 위축이 경기 불황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한시적으로 완화됐던 은행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정상화에 따른 은행채 발행, 한전채 발행 등으로 시장금리가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도 있는데, 이는 결국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점차 현실로 다가오는 부실 위험에 대비해 4대(KB·신한·하나·우리) 금융지주는 올해 1분기 대손충당금을 작년 1분기(7천199억원)의 2.4 배인 1조7천338억원이나 새로 쌓았다.
방동권 신한금융지주 CRO(리스크 관리 최고책임자)는 지난달 27일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최근 연체 증가 추세 등을 고려할 때 올해 대손비용률을 당초 계획보다 높은 약 40bp(1bp=0.01%p) 전후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를 계기로 2020년 1분기부터 시작된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상 대출 만기 연장·이자 상환 유예 조치가 오는 9월께 종료될지 여부도 금융권 건전성 관리에 중요한 변수다.
은행권 관계자는 "만약 코로나 금융 지원 조치가 9월 끝나면 연체율은 지속적으로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은행별로 추가적 연체율 관리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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