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전세피해지원특별법 심사…피해자들 "피해인정 까다롭고 일부 기준 모호"
국토위 수석전문위원 "피해자 수 따라 차별할 정당한 이유 없어"
(세종=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1일 전세사기 피해지원을 위한 특별법안 심의에 착수하는 가운데 정부·여당이 특별법상 지원 대상으로 정한 '6가지 요건'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조정될지 주목된다.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기 위한 요건이 까다롭고, 일부 기준은 모호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여당이 마련한 특별법에 따른 지원 대상이 되려면 ▲ 대항력을 갖추고 확정일자를 받은 임차인이며 ▲ 임차 주택에 대한 경·공매가 진행돼야 하고(집행권원 포함) ▲ 면적·보증금 등을 고려했을 때 서민 임차주택에 해당해야 한다.
또 ▲ 수사가 개시되는 등 전세사기 의도가 있다고 판단돼야 하며 ▲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와 ▲ 보증금 상당액이 미반환될 우려가 있어야 한다.
전날 국토부가 개최한 온라인 설명회에서는 특별법 적용 기준과 관련한 질문이 쏟아진 것은 물론, '요건이 까다롭다', '불명확한 부분이 있다'는 비판도 잇따라 나왔다.
국회 국토위 수석전문위원도 특별법 적용 요건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송병철 수석전문위원은 법안 검토보고서에서 '임대차보증금의 상당액을 돌려받지 못했거나, 상당액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라는 대목과 관련해 '상당액'이 명확하지 않은 만큼 '전부 또는 일부를 변제받지 못한 경우' 등으로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다수의 피해 발생 우려' 요건에 대해선 삭제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송 전문위원은 "피해자의 많고 적음에 따라 보호 필요성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고, 피해자의 수에 따라 차별을 할 정당한 이유도 없다"면서 "법률의 자의적 집행 가능성이나 분쟁 여지를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다수의 피해가 발생했더라도 피해 유형에 따라 지원 여부는 달라진다.
정부는 서울 강서구 '빌라왕'과 인천 미추홀구 '건축왕' 피해자는 대부분 특별법 적용 대상에 해당되지만, 경기 화성 동탄과 구리 피해자들은 제외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동탄·구리 사건은 전세사기라기보다 집값 하락기와 맞물린 보증금 미반환 사고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피해를 보게 된 동탄 임차인들은 '임대인의 사기 의도가 있었다'며 반발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여당의 특별법안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하면 피해자 인정 요건을 두고 분쟁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동탄 피해자 A씨는 "집주인이 소유권 이전을 권장해 여러 임차인과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데, 보증금과 몇천만원 차액이 발생해 임차인이 손해"라며 피해자 인정 기준 변경을 촉구했다.
또 다른 피해자 B씨는 "피해가 명백히 예정돼 있는데도, 전세 만기 후 전세보증금 반환 소송을 내 승소 판결문을 받아낸 뒤 경·공매에 넘어가야만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는 실효성이 없다"고 말했다.
동탄에서 피해가 발생한 263가구 중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가입 건수는 5건에 불과하다. 미추홀과 달리 선순위 근저당은 없는 상태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특별법안에 담긴 지원 방안은 '금융권이 선순위 근저당을 잡고 있고, 최우선변제금 적용도 못하는 어려운 피해자를 위주로 한 것'이라고 선을 긋는다.
아울러 '전용면적 85㎡, 전세보증금 3억원 이하'를 심사 기준으로 둔 '서민주택'에 대해서도 국회 논의가 필요하다.
이날 국회 국토위 국토법안심사 소위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합의하고, 2일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합의안을 처리하는 일정에 여야는 잠정 합의한 상태다. 불과 이틀 안에 민감한 쟁점을 다뤄 결과물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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