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초반엔 조용히 귀가시키기도…작년 가을 이후 전세 기울면서 엄혹해져"
(서울=연합뉴스) 정성조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이 15개월째로 접어든 가운데 러시아군이 음주 등 문제를 일으킨 군인을 땅속에 판 구덩이로 만든 즉석 감옥에 넣는 등 현장 처벌에 나서고 있다고 영국 국방부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밝혔다.
영국 국방부는 이날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일일 업데이트에서 "최근 몇 달 동안 러시아군 지휘관들은 규율을 위반한 군인을 땅을 파고 쇠창살로 막아 급조한 구덩이, 일명 '진단'(zindan)에 구금하는 방식으로 처벌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런 처벌은 병사들의 음주나 복무 중단 시도 등의 '비행'이 적발됐을 때 적용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러시아 독립 언론인 '아스트라'가 지난달 일부 음주 문제를 일으킨 러시아 99연대 정찰병들이 진단에 갇혀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고 전했다.
뉴스위크는 진단이 러시아 제국 시절부터 쓰인 처벌 수단의 일종이라고 설명했다.
20세기 초반 중앙아시아 일부 지역에서 진단 감금형이 시행된 사진들이 남아있다는 점에서 이 형벌이 수 세기 전부터 시행된 것일 가능성도 존재한다.
페르시아어나 튀르키예어 등지에는 감옥이나 토굴 감옥을 가리키는 진단과 유사한 낱말이 존재한다.
영국 국방부는 전쟁 초기 몇 개월만 해도 러시아군 지휘관 다수는 징집을 거부한 군인들을 조용히 집으로 돌려보내는 등 규율 적용 측면에서 비교적 가벼운 접근법을 택했지만, 주요 전선에서 밀려나기 시작한 작년 가을부터 가혹한 방식이 차츰 늘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 1월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이 전쟁 지휘를 도맡은 뒤 이런 경향이 심해졌다고 영국 국방부는 덧붙였다.
러시아군은 작년 가을부터 하르키우와 헤르손 등 봄에 점령한 여러 지역에서 후퇴했다.
러시아군 병사들의 일탈과 사기 저하 등 전방에서의 문제는 전쟁 내내 외신 보도를 통해 알려진 바 있다.
영국 국방부는 지난달 초 정보 업데이트에선 "러시아군 사상 사고 중 적잖은 사건은 음주와 관련된 사고와 범죄 등으로 발생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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