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적자 터널 끝 보이나…향후 '반도체·對中 수출' 관건(종합)
4월 수출 감소액 82억달러…절반수준인 44억달러 '반도체 수출 감소액'
반도체 수요부진·가격하락 지속…"하반기부터 일부 회복될 듯"
반도체·IT 수출 급감에 대중 적자도 7개월째…"2∼3분기 서서히 리오프닝 효과"
(세종·서울=연합뉴스) 차대운 이슬기 기자 = 반도체와 대(對)중국 수출이 부진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면서 올해 2분기(4∼6월) 시작부터 한국 수출에 경고등이 켜졌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4월 무역수지는 14개월 연속 적자, 수출은 7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다만 무역수지 적자 폭은 26억2천만달러로, 한화 3조원대로 집계됐다. 무역수지는 1월(-125억2천만달러), 2월(-53억달러), 3월(-46억3천만달러) 등과 비교해 점차 개선되는 흐름이다.
이처럼 적자 폭이 줄면서 상반기 내 '무역수지 흑자 전환' 기대감도 고개를 들고 있다. 한국 수출을 떠받치는 두 축인 반도체 업황 및 대중 수출 실적의 개선 여부가 관건으로 꼽힌다.
◇ 반도체 수출 9개월째 뒷걸음질…"하반기부터 일부 회복 예상"
4월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41.0% 감소한 63억8천만달러에 그쳤다. 지난해 8월부터 9개월 연속 하락이다.
1월(-44.5%)과 2월(-42.5%) 40%대 감소에서 3월(-34.5%) 감소 폭이 다소 줄었다가, 지난달 다시 40%대로 돌아섰다.
글로벌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반도체 수요 위축과 재고 증가,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는 등 '반도체 불황의 골'은 예상외로 깊다.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의 부진으로 전체 수출도 직격탄을 맞았다.
4월 반도체 수출은 약 44억달러 줄었다. 4월 전체 수출 감소액인 82억달러의 절반 가까이에 해당하는 수치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D램 등의 제품 가격 하락세는 반도체 수출이 쪼그라드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산업부에 따르면 D램 고정가는 지난해 1∼4월 3.41달러에서 5∼6월 3.35달러, 7∼9월 2.85달러, 10∼12월 2.21달러로 내리막이 이어졌다. 올해 1∼3월 1.81달러에 이어 지난달 1.45달러로 바닥을 찍었다.
낸드 고정가 역시 지난해 1∼5월 4.81달러에서 올해 3월 3.93달러, 4월 3.82달러 등으로 하락세다.
반도체 업황이 단기간 개선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산업부는 삼성전자[005930] 등 주요 메모리 업체의 감산에 따른 공급 축소 효과 등을 고려할 때 3분기(7∼9월) 이후에는 반도체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산업부 김완기 무역투자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반도체 수출은 하반기부터 일부 회복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전반적으로 하반기에 무역적자와 수출 증가세 전환을 기대하고 있으며, 무역의 흑자 반등 시점이 수출 증가세로의 전환 시점보다 조금 빨리 올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D램 공급 초과율은 올해 1분기 13.9%에서 2분기 6.5%, 3분기 -4.8%, 4분기 -9.4% 등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낸드 공급 초과율 역시 올해 1분기 17.3%에서 2분기 7.7%, 3분기 -1.1%, 4분기 -7.0% 등으로 전망된다.
◇ 대중 무역수지 7개월 연속 적자…반도체·IT 수출 급감
4월 대중 무역수지는 22억7천만달러의 적자를 기록, 지난해 10월 이후 7개월째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4월 대중 수출액은 작년보다 26.5% 감소한 95억2천만달러로, 11개월 연속으로 뒷걸음질 치고 있다.
최대 교역국 중 하나인 베트남이 포함된 아세안으로의 수출 역시 26.3% 줄어들어 83억달러 수출액을 기록했다.
이처럼 대중 수출이 맥을 못 추는 이유는 반도체 등 IT 부문 수출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중국과 베트남 내 수입 수요가 아직 본격적인 회복세로 돌아서지 못한 상황에서 중국과 아세안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한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형국이다.
중국의 대(對)세계 수입 증감률은 지난해 12월 -7.5%에서 올해 3월 1.4%로 여전히 지지부진해 한국의 대중 수출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베트남의 대세계 수입 증감률 역시 지난해 12월 -13.7%에서 올해 1분기 -15.4%로 한국 수출에 악재로 꼽힌다.
중국의 경우 반도체, 석유화학, 무선통신 등 주요 품목의 수출 감소세가 호전되지 못하고 있다. 품목별 수출 증감률을 보면 반도체는 -31.8%, 석유화학 -23.3%, 무선통신 -42.3%, 철강 -17.4% 등이었다.
대중 수출 품목 중 최대 물량을 자랑했던 반도체는 제품가격이 하락하면서 수출 비중도 지난해 33.4%에서 올해 1분기 27.1%로 쪼그라들었다. 대중 반도체 수출증감률 역시 올해 1월 -46.2%, 2월 -29.7%, 3월 -47.1%에서 지난달 -31.8%로 마이너스 행진이었다.
다만 정부는 중국과 반도체가 우리 수출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여전할 것이란 입장이다.
김완기 실장은 "반도체 업황이 개선되고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리오프닝) 효과가 나타나면 최대 수출 대상국으로서의 중국, 최대 수출품목으로서의 반도체 지위를 바꿀 정도까지는 아니다"라며 "2분기와 3분기가 지나면서 (리오프닝) 효과가 서서히 나타날 것이란 전망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원장은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반도체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중 수출도 안 좋은 상황이어서 결국 무역적자 해소에는 반도체 수출 부활이 관건이 될 것"이라며 "올 상반기까지는 이 추세가 지속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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