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표심 집결로 대선·총선·지방선거 압승…5년 더 '일당천하'
野의 정치적 실패도 요인…"野보다 與바뀌는 것 기대하는 게 낫다"
(아순시온=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파라과이 수도 아순시온에서 15년간 변호사로 활동 중인 마우리시오 가브리엘 씨는 자신의 사회적 정체성을 '콜로라도당원'으로 소개한다.
10대 때 당에 가입했다는 그는 수년 전부터 소셜미디어 프로필 소개 첫 칸에 콜로라도당 소속이라고 써 놓고 있다.
가브리엘 씨는 1일(현지시간) 아순시온의 한 대형 쇼핑몰에 있는 카페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지금 주변을 둘러봤을 때 보이는 사람 중 최소 절반은 콜로라도당에 관계된 사람일 것"이라고 단언했다.
지난달 30일 파라과이 대선에서 콜로라도당(공화국민연합당·ANR) 소속 우파 계열 산티아고 페냐(44) 후보는 42.74%의 득표율(개표율 99.94% 기준)로, 27.48%를 득표한 중도좌파 성향 에프라인 알레그레(60) 후보를 여유있게 물리쳤다.
선거 과정에 상당수 여론조사에서 알레그레 후보가 1위를 달리는 조사결과가 나와 70여년만에 정권교체에 대한 기대를 낳기도 했지만 막상 투표함을 열어본 결과 '이변'은 없었다.
콜로라도당은 대선과 함께 치러진 총선에서도 상원과 하원 모두 과반 의석을 차지하며 압승을 거뒀다. 17명을 뽑는 주지사 선거에서도 15명을 당선시키면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의회 헤게모니를 모두 거머쥐었다.
김미라 파라과이 한인회장(변호사)에 따르면 현지 한인들이 '홍당'(스페인어로 콜로라도는 붉은색이라는 뜻이 있음)이라고 부르는 콜로라도당은 전국적으로 조직과 당원을 풀뿌리처럼 갖추고 있다.
김 회장은 "아주 큰 이슈가 없어 홍당이 이기는 상황이 됐다"면서 "오랫동안 집권한 것에 대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가브리엘 변호사는 콜로라도당을 '파라과이 정치 그 자체'라고 표현했다.
1887년 9월 창당한 136년 역사의 콜로라도당은 100년 가까이 야당 경험이 없다. 유전자(DNA) 자체가 여당이라고 봐도 될 법하다는 말까지 나온다.
그의 설명이 과장이 아니라는 것은 당의 세력 규모로 금세 확인할 수 있다.
가브리엘 변호사 도움으로 확인한 콜로라도당원 수는 공식적으로 약 190만명에 이른다. 파라과이 선거법원에서 집계한 이번 유권자 수가 478만2천940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거의 절반에 가까운 수준이다.
이번 대선에서 제1야당 후보인 알레그레를 지지했다는 K팝 팬 대학생 '수지'(21)씨는 "가족들은 할아버지, 할머니 때부터 자연스럽게 가톨릭 신자이자 콜로라도당원"이라며 "웬만하면 당을 배신하진 않는다"고 했다. 그는 '가족들이 볼까 봐' 우려하며 익명으로 답변했다.
수지 씨는 "표현의 자유는 당연히 보장되지만, (야당 지지) 이유를 (가족들에게) 설명하는 건 쉽지 않다"며 "대체로 야당보다는 콜로라도당이 스스로 바뀌는 것을 기대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
여당인 콜로라도당에 '미워도 다시 한번'이라며 신뢰를 보인 유권자들의 선택은 야당의 정치적 실패에도 일부 그 원인을 두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현지 매체들은 2008년 정권 교체를 이뤄 집권했던 현재의 야당이 국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서, 기존 체재에 안주하는 경향이 커졌다고 전했다. 당시 페르난도 루고 전 대통령은 각종 스캔들에 휘말리며 탄핵당했다.
다만, 콜로라도당 역시 집권층의 부패 의혹으로 내우외환을 겪고 있다. 그 중심에는 미국 제재까지 받은 당 대표, 오라시오 카르테스 전 대통령이 있다.
카르테스는 페냐 대통령 당선인의 정치적 후견인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8월 15일 취임할 페냐의 5년간 국정 운영 성패는 '카르테스와 성공적으로 절연을 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는 의견도 나온다.
빈곤 해결과 경제 부양도 페냐 당선인과 콜로라도당의 과제다. 파라과이중앙은행 자료 등을 종합하면 파라과이는 지난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1%대에 그쳤다. 인구 750만 명 중 25%는 스스로 '빈곤층'으로 인식하고 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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