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상원의원 등 우려 제기…새로운 은행 합병 가능성도 제기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최근 미국 은행권 불안의 중심에 있던 퍼스트리퍼블릭은행(FRC)이 미 최대 은행인 JP모건에 인수되면서 일각에서 '대마불사(too big to fail)'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1일(현지시간) 금융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이번 조치가 미국 초대형 금융기관들의 영향력을 둘러싼 정치적 싸움을 다시 불러일으킬 위험이 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보유 자산 규모가 3조2천억 달러(약 4천289조원) 이상인 JP모건은 이번 인수로 2천억 달러(약 268조원) 규모 부채와 증권을 추가로 갖게 됐다.
연방법상 미국 전체 예금의 10% 이상을 관할하는 금융기관은 일반적으로 다른 은행을 인수할 수 없는데, 피인수 기관이 망한 경우는 예외다.
JP모건 등이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후 불거진 은행권 불안 당시 지역·소형은행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대형은행으로 예치금이 옮겨가면서 이득을 본 데 이어, 이번에는 인수전에서 더 높은 가격을 써내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남은 자산도 취득하게 됐다.
WP는 이번 인수 건에 대해 상원 은행위원회 소속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민주·매사추세츠) 등이 강력히 비판했다면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이뤄진 개혁 조치의 한계가 드러났다고 봤다.
워런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FRC 파산은 규제 완화로 어떻게 대마불사 문제가 더 심해졌는지 보여준다. 제대로 감독 되지 않은 은행을 더 큰 은행이 덥석 샀고, 결국 납세자들이 곤란한 입장에 놓였다"면서 은행시스템 개혁 필요성을 주장했다.
금융권에서 대마불사라는 말은 큰 기업은 사회경제적으로 너무 중요한 역할을 해서 절대 망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대형은행이 파산하면 여파가 사회 전반에 뻗는 만큼 당국이 구제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미국 정부는 2008년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위기를 부른 대형 투자은행들을 구제금융으로 살려내 대마불사 흑역사를 썼으며, JP모건은 당시 베어스턴스·워싱턴뮤추얼 등의 금융기관을 인수한 바 있다.
금융개혁을 지지하는 단체 베터마켓 설립자 데니스 켈러허는 3월부터 FRC 등 3개 은행이 무너진 것은 규제당국의 감독 실패를 보여준다면서, 이들 은행이 파산 시 어떤 절차를 밟을지 '정리의향서'를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는 FRC를 인수할 자금 여력이 있는 회사는 현실적으로 소수에 불과하다고 반박했고, 제러미 바넘 JP모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번 인수를 모색하던 게 아니다"면서 당국이 먼저 인수 의사를 타진해왔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2008년 당시 '대마불사' 오명을 고려할 때 당국이 JP모건의 FRC 인수를 승인할 것이라는 기대가 희박했다면서, 당국이 최근 은행권 불안 상황에서 기존 입장을 선회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향후 대형 지역은행들이 서로 인수합병을 통해 더 큰 은행과 경쟁하고, 중소형 은행들은 대형 은행들로 예치금이 빠져나가는 와중에 합병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이먼 CEO는 "은행들이 합병될 것"이라고 전망했고,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관계자는 "합병의 시기가 시작됐다는 많은 신호가 있다"고 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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