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작가단체vs제작사연맹 협상 결렬…'OTT 환경 맞춘 수입보장' 쟁점
올 가을 예정된 TV프로그램 제작 차질 불가피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영상 스트리밍 시대에 걸맞은 보수체계 개편을 요구해온 미국 작가단체가 결국 총파업을 강행하기로 했다고 AP·로이터 통신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작가조합(WGA)은 이날 월트디즈니, 넷플릭스 등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들과 진행해온 임금인상 단체교섭이 아무런 소득없이 최종 결렬됐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WGA 소속 조합원 1만1천500명은 이르면 기존 협약이 종료되는 이튿날인 2일 낮 12시 1분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WGA 차원의 총파업은 2007년 말 이후 약 16년만이다. 당시 파업은 2008년 초까지 약 100일간 지속됐다.
이 단체는 웹사이트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제작사들은 노동시장 내부에 '긱 이코노미'(gig economy·임시 계약직 위주의 인력운용)를 만들었고, 이번 협상에서 한발짝도 물러나지 않으며 작가 업무를 평가절하하지 않겠다던 약속을 배신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대형 제작사들을 대표하는 영화·TV제작자연맹(AMPTP)은 "WGA와 합의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인상을 제안했다"며 반박했다.
AMPTP는 전날보다 보상 규모를 더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WGA가 다른 조건들을 고집하는 탓에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면서도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WGA와 추가 대화에 나설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양측간 줄다리기 과정에서 최대 쟁점은 작가들의 수입을 보장하는 안전장치 마련 방안이었다.
WGA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며 드라마·시트콤 등 시즌당 편수가 평균 20여편에서 10편 남짓으로 줄어든데다 작품 재판매 수익을 지급하는 재상영분배금(residual) 역시 감소했지만, 업무량은 오히려 늘어나며 작가들의 어려움이 커졌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WGA는 스튜디오 측의 필요에 관계없이 일정한 기간을 정해 작가 고용 규모를 유지하며 프로그램을 제작·진행해야만 한다고 요구해왔지만, AMPTP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버텼다.
인공지능(AI) 활용 작업 여부도 뜨거운 감자다. WGA는 제작사들이 AI를 활용해 이전에 작가들이 작업한 시나리오·각본에서 새로운 스크립트를 생성하거나, 이렇게 AI가 만든 대본 초안을 작가들에게 손보라고 요구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파업이 현실화하면 '더 투나잇 쇼 스타링 지미 팰런'(팰런쇼),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 등 심야 인기 토크쇼의 제작이 중단되는 것은 물론 일부 드라마들의 방영도 중단될 수 있다고 로이터는 전망했다.
특히 가을 시즌 방영되는 TV 프로그램들의 제작을 위한 대본 집필이 통상 5∼6월쯤 시작된다는 점에서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올 가을 새로운 작품 공개가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 파업의 불씨가 다른 직역으로도 옮겨붙을 공산이 크다고 AP는 짚었다. 미국배우방송인조합(SAG-AFTRA)과 AMPTP 간 기존 계약은 6월 30일 만료되며, 오는 10일부터 협상이 시작된다.
지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수개월에 걸쳐 제작에 차질이 빚은 경험이 있는 대형 스튜디오들로써는 다시금 제작이 중단될 경우 상당한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다만 해외 제작 기반이 탄탄한 넷플릭스 등 제작사는 이같은 영향에서 다소 자유로울 수 있다고 로이터는 덧붙였다.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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