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제재·원유가 상한제 봉착 러 능력 부각 계기될 것"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 러시아가 이르면 이달 중 외환보유고를 채우기 위해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서방권의 제재 이후 처음으로 외화 매입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2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에너지 수익이 목표치를 거의 초과함에 따라 5월 외화 매입이 가능해졌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러시아 재무부의 관련 발표는 금주 후반으로 예정돼 있다.
다만, 초기 물량은 위안화로 매월 약 2억달러(약 2천684억 원)어치 정도로 소규모일 것으로 추산된다.
위안화는 서방의 제재 때문에 달러 사용이 막히면서 1천540억달러 규모의 러시아 국부펀드가 거래에 사용할 수 있는 주요 자산이 됐다.
그동안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외화를 매각할 수밖에 없었던 러시아가 다시 외화를 사들일 수 있게 된 것은 원유 수출에 따른 이익으로 재정이 안정 국면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전쟁을 위한 대규모 군사비 지출로 전례 없는 적자를 내고 있긴 하지만, 예산은 부분적으로 개선되는 흐름이다.
국제 기준 가격인 북해 브렌트유에 대한 우랄산 원유의 가격 할인 폭이 줄어든 가운데 러시아 정부가 원유 생산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내도록 한 영향이 크다.
또 올해 루블화 약세는 외화로 표시된 에너지 세금으로 이익의 대부분을 거두지만 지출은 루블화로 하는 정부에 호재가 되고 있다.
러시아 재정 수입의 약 3분의 1은 석유와 천연가스 산업에서 나온다.
이에 따라 러시아 정부는 재정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사용되는 위안화 매각을 최근 두 달 연속 줄였다.
외화 매각에서 매입으로 전환은 서방의 제재와 러시아 원유 가격 상한제에 봉착한 러시아의 능력이 부각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회사 프리덤홀딩의 나탈리아 밀차코바 애널리스트는 "러시아가 외화를 내다 파는 대신 축적하기 시작한다는 점이 시장에 중요하다"며 "루블화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BCS파이낸셜그룹의 우랄산 원유 가격 예측은 러시아가 일러야 3분기에나 외화 매입을 다시 시작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등 시기가 늦춰질 거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anfou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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