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매체 "중국, 반도체 장비 최대 70% 자국 내 조달 목표"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미국이 중국 상대로 반도체 관련 수출 통제를 강화하자 중국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매출과 이익이 껑충 뛰어오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일 보도했다.
미국 업체들이 떠난 중국 시장의 빈자리를 현지 업체들이 빠르게 메워 미국의 규제가 오히려 중국 업체들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보도에 따르면 반도체 웨이퍼 세척·전기도금·패키징 장비를 생산하는 ACM리서치 상하이는 자국 내 수요가 증가한 덕에 지난해 매출이 29억 위안(약 5천600억원)으로 전년(16억 위안)의 2배 가까이로 뛰어올랐다.
미국 ACM리서치의 중국 자회사인 이 업체의 지난해 순이익은 6억8천900만 위안(약 1천330억원)으로 전년도보다 254% 급증했다.
실리콘 웨이퍼를 파는 후구이산업은 28㎚(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상 구세대 공정을 사용하는 중국 반도체 회사들의 주문이 급증하면서 지난해 매출이 36억 위안(약 6천950억원)으로 46% 증가했다.
또 베이팡화창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51.7% 늘어난 147억 위안(약 2조8천억원), 중웨이반도체는 52.5% 늘어난 47억 위안(약 9천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SCMP는 "이들 반도체 장비 업체들은 중국 주요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들과 반도체 테스트·패키징 회사들에 납품하고 있다"며 "이들의 매출 증가는 미국의 무역 제한으로 힘겨워하는 와중에도 성장과 혁신을 지속하려는 중국 반도체 산업의 의지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의 대중국 제재는 파괴적이지만 중국 반도체 장비 업체들에는 중국의 반도체 야심과 현지 파운드리들의 요구에 발맞추면서 외국 기업의 빈자리를 메울 기회를 드문 기회를 제공한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중국은 반도체 장비의 최대 70%를 자국 내에서 조달한다는 암묵적인 목표를 세웠다고 전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 18나노 이하 공정 D램 ▲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 14나노 이하 로직 칩을 생산하는 중국 기업에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하는 내용의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이어 네덜란드와 일본 등에도 대중국 수출 통제에 동참할 것을 요청했다.
이로 인해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최근 세계적인 반도체 노광장비 제조업체인 네덜란드 ASML의 피터 베닝크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의 수출 통제가 중국의 자체 장비개발을 촉진하는 실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 시장에 대한 접근을 유지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 반도체 장비 업체들조차 아직 외국 기술과 소재에 의존하고 있다고 반도체 컨설팅업체 테크인사이트의 스라반 쿤도잘라 분석가는 평가했다.
그는 "그들이 어떻게 이러한 의존성을 극복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ASML을 비롯해 미국 KLA, 일본의 니콘과 캐논 등이 만드는 특정 첨단 반도체 장비는 중국에 대체제가 없다는 점도 중국 반도체 제조 공급망의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SCMP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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