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관광객 해외 명품매장 '점령' 줄어드나…이젠 중국서 산다

입력 2023-05-03 10:45  

中관광객 해외 명품매장 '점령' 줄어드나…이젠 중국서 산다
중국인 사치품 지출 중국 내 비중 62%…팬데믹 전보다 21%p↑
하이난 면세점 급부상…루이뷔통 그룹, 상하이·선전에 집중투자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유럽 등 해외의 이른바 '명품' 매장에 줄을 서서 고가 제품을 쓸어 담는 것으로 잘 알려진 중국인의 사치품 소비 행태가 바뀌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전엔 외국 여행에서 경쟁적으로 사치품을 구매했다면, 이젠 중국 내에서의 구매 비중이 커지는 추세다.
'중국의 하와이'로 알려진 대표적 관광지 하이난의 면세점 산업을 키우려는 중국 당국의 강력한 정책도 중국인의 사치품 구매 행태를 바꾸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데이터 제공업체인 샌달우드 어드바이저스에 따르면 4월 중국 소비자의 사치품 지출의 62%가 중국 내에서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블룸버그통신이 3일 전했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 4월의 41%와 비교할 때 21%포인트 증가했다.
중국 당국이 코로나19 감염 확산 차단을 위해 실시했던 '제로 코로나' 철통 방역 정책을 철회하고 지난 1월부터 자국민의 해외여행을 허용했으나,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는 못한 모습이다.
특히 닷새간 쉬는 노동절(5월 1일) 황금연휴를 맞아 중국인의 해외여행이 작년보다는 크게 늘었지만, 아직 팬데믹 이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에 따라 중국인의 '쇼핑여행 천국'으로 꼽혀온 이탈리아와 태국 등은 팬데믹 이전과 마찬가지로 황금연휴에 중국 관광객의 폭발적인 유입과 사치품 대거 구매를 기대했으나, 사정이 여의찮은 기색이 역력하다.
시장 조사기관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의 프루던스 라이 선임 분석가는 "중국 내 소비 비중이 우선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국 쇼핑객에게 의존했던 아시아 여행지의 소매 시장은 팬데믹 이전으로 회복하기까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봤다.
데이터 인텔리전스 기업인 럭셔리사이트의 조너선 시보니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전체 사치품 지출의 50% 이상이 중국 현지 시장에서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블룸버그는 하이난 면세점에 중국 사치품 시장의 미래가 있다고 짚었다.
샌달우드 어드바이저스에 따르면 4월 하이난성 면세점들의 매출이 2019년 4월과 비교할 때 203% 성장했다.
중국 당국은 남한 면적의 3분의 1에 달하는 하이난성 전체를 세계 최대 면세 쇼핑지로 만들기 위해 성(省) 남쪽의 싼야시와 북쪽의 하이커우시에 신규 면세점을 집중적으로 허용해왔다.
2020년 하이난의 연간 면세 쇼핑 한도를 1인당 3만 위안(약 580만원)에서 10만 위안(약 1천930만원)으로 상향 조정한 데 이어 지난달부터 2만 위안(약 387만원) 이하의 면세품을 구매하면 현장에서 해당 물품을 바로 가져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이난성은 또 성 내에 면세 자유무역항 건설을 위해 각종 인센티브 제공을 약속하며 민간기업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프랑스의 명품그룹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는 상하이와 선전 등 중국의 대도시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인의 관광지로 큰 인기를 끄는 하이난에 면세점들이 대거 확충되는 가운데 이전의 명품 소비 명소였던 홍콩도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kji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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