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 견제하려 인도 '민주주의 후퇴'에 계속 침묵하기로"

입력 2023-05-03 18:19  

"美, 中 견제하려 인도 '민주주의 후퇴'에 계속 침묵하기로"
블룸버그, 미 당국자 인용 보도…"바이든표 인권, 현실과 충돌"


(서울=연합뉴스) 정성조 기자 =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과 패권 경쟁에서 인도를 같은 편으로 두려고 인도의 민주주의 후퇴 상황에는 공개적으로 침묵을 고수하기로 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3일(현지시간) 복수의 미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 당국자들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종교·언론 탄압이 문제가 되고 있으며, 야당 정치인도 표적이 되는 상황이라고 지목했다.
하지만 미국은 모디 총리 비판을 큰 틀에서 자제하기로 결정했으며, 이는 중국에 대한 우려가 날로 커지면서 인도가 미국에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지정학적·경제적으로 점점 중요해지는 가운데 나온 결정이라는 것이다.
특히 이같은 결정은 바이든 대통령이 강조해온 인권이 중국·러시아를 견제하는 전략적 현실과 충돌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이들 당국자는 시진핑 국가주석 체제에서 커져가는 중국의 과감함에 대한 우려가 미국과 인도를 더 가깝게 만들고 있다고 했다.
인도 싱크탱크 옵서버리서치재단(ORF)의 마노 지조시 연구원은 이런 상황을 두고 "인도가 중국 덕에 '프리 패스'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올 여름 모디 총리를 국빈으로 초청하기로 한 것도 양국의 밀접해진 관계를 보여준다. 바이든 대통령이 모디 총리에게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더 분명한 태도를 요구할지도 모르지만 인도가 정말 러시아를 드러내놓고 비난할지는 의문이라고 한 미국 당국자는 말했다.
올해 안에 중국을 넘어설 것으로 보이는 인도의 14억 인구 역시 중요한 요인이다. 이제 인도를 빼놓고 기후변화 같은 전세계적 문제의 해결책을 구상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은 결국 미국이 평소라면 공개적으로 비판했을 문제에 상대적으로 침묵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그러는 사이 인도는 집안 단속에 고삐를 죄고 있다.
일례로 모디 총리 비판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영국 BBC방송 인도 사무소는 올해 2월 고강도 세무조사를 받아야 했다. 초대 총리 자와할랄 네루의 증손자이자 인도 야권의 핵심 지도자인 라훌 간디는 선거 유세 중 모디 총리 등을 겨냥한 발언을 했다가 3월 징역형을 선고받고 의원직도 잃었다. 외국 자금 지원을 받는 지역·국제 비정부기구(NGO)들의 숨통도 막히고 있다.
블룸버그는 인도가 미국과의 전략적 연계 속에서도 군사적인 측면에서는 러시아와 여전히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는 최근 몇 달 사이 러시아와의 국방 협력을 더 강화하기로 했다. 이미 인도군은 러시아가 설계한 전투기를 250대 이상 보유하고 있고, 러시아산 잠수함 7척과 탱크 수백대를 운용 중이다. 미국의 반대에도 러시아제 S-400 방공미사일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의 태도는 러시아산 원유를 두고도 모순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미 의회는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후 러시아산 원유 대량 수입 문제를 면밀히 조사하고 있지만, 정작 미 정부는 석유 가격을 낮게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인도가 러시아로부터 수입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한 미국 외교관은 인도 고위 관리를 만난 자리에서 만일 인도 정유사들이 러시아 원유를 사다 세계 시장에 풀어놓지 않는다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80달러로 치솟았을 것이라고 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러시아는 이제 이라크·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인도의 최대 원유 공급국이 됐다.
블룸버그는 인도에 대한 이런 미국의 태도가 과거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도 나타난 적 있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19년 대선 경선 토론회에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과 관련해 "더는 사우디아라비아에 무기를 팔지 않을 것이며 그들을 국제적으로 왕따(pariah)로 만들겠다"고 공언했지만, 당선 후 이란 압박과 유가 안정을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의 도움이 필요해지자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xi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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