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위안화 이어 헤알화로 양국 무역결제 추진
룰라, 정상회담서 경협 약속도…"브릭스 국가가 나서야"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보유외환 부족으로 신음하는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중국에 이어 브라질이 자국 통화 영향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3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텔람 통신과 일간지 라나시온, 브라질 매체 G1 등에 따르면 산티아고 카피에로 아르헨티나 외교부 장관은 이날 현지 방송 '라디오10' 인터뷰에서 "외화로 인한 긴장을 풀기 위해 브라질 측에 수입품에 대한 헤알화(브라질 통화) 결제 방식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런 제안은 양국 정상회담 과정에서 나왔다. 앞서 전날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과 만나 상호 관심사안에 대해 협의했다.
카피에로 장관은 "양국 경제부에서 구체적인 실행 프로세스 마련을 위해 공동으로 계속 논의할 것"이라며 이미 실무 작업에 착수했음을 확인했다.
앞서 브라질 룰라 대통령도 경제난에 처한 아르헨티나와의 경제 협력 강화를 위해 힘을 보탤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그는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 수출업자들이 우리 공산품 주요 수출시장인 이웃 나라 아르헨티나에서 계속 사업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겠다는 뜻"이라며 "이는 단순한 원조의 의미가 아니라 중국 정부가 중국 수출업자를 위해 노력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페르난두 아다지 재무부 장관 역시 "외화 부족 등을 이유로 아르헨티나 측으로부터 돈을 제때 받지 못하거나 아예 수출을 중단한 브라질 기업이 200여개에 이른다"며 브라질 수출업자 판매 대금 보장을 위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르헨티나는 현재 중앙은행의 달러 보유고 고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외환 관리를 위해 공식적으로 10여개의 달러 환율 제도를 운용하는 등 변칙적인 제도까지 도입했다.
그러나 연간 100%대의 살인적인 물가 상승에 외환 부문 리스크가 계속되자, 아예 일부 국가의 '탈달러' 기조에 동참하며 경제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실제 아르헨티나는 중국과의 교역에서는 이미 위안화로 수입품 결제를 하기로 결정했다. 마사 장관은 지난 달 26일 기자회견에서 "5월부터 10억4천만 달러(1조3900억원) 수준의 중국 수입대금을 재조정할 수 있게 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당시 회견장에는 아르헨티나 주재 중국대사도 참석했다.
아르헨티나는 이에 더해 룰라 구상 중 하나인 '수르'(SUR·스페인어로 남쪽이라는 뜻)라는 남미 화폐 통합에도 긍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카피에로 외교부 장관은 "아르헨티나가 달러 문제로 인한 모든 스트레스를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남미) 공통 통화를 갖는 건 매우 좋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와는 별개로 룰라 대통령은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을 회원으로 둔 브릭스(BRICS)가 비회원국인 아르헨티나를 지원하기 위해 브릭스 규칙을 변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상하이에 본사를 둔 신개발은행(브릭스 은행·총재 지우마 호세프 전 브라질 대통령)에서 아르헨티나에 필요한 보증 기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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