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연구팀 "기린 통계 능력 예상보다 높아…뇌 크기, 통계 능력 전제조건 아닌 듯"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몸 크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뇌가 작은 동물에 속하는 기린도 간단한 확률 계산을 통해 먹이 선택 등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실험 연구에서 확인됐다.
독일 막스 플랑크 진화인류학 연구소 페데리카 아미치 박사팀은 5일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서 바르셀로나 동물원의 기린 4마리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기린이 기본적인 통계 계산을 바탕으로 선호하는 먹이를 선택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통계적 추론은 고도로 발달한 인지 기능으로 간주하는 능력으로 영장류와 잉꼬 일종인 케아처럼 체구 대비 뇌가 큰 동물에서만 테스트 돼 왔다며 이 연구 결과는 상대적으로 뇌가 작은 기린도 생각했던 것보다 더 발달한 통계 능력을 갖췄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바르셀로나 동물원에 있는 기린 수컷과 암컷 각 2마리를 대상으로 이들이 좋아하는 당근과 덜 좋아하는 호박을 각각 다른 수와 비율로 섞어 투명한 용기에 넣어 보여준 다음 무엇을 꺼냈는지 안 보이게 꺼내 손에 숨긴 뒤 선택하게 하는 실험을 했다.
당근 20개+호박 100개가 든 용기와 당근 100개+호박 20개가 든 용기에서 각각 채소를 꺼내 손에 쥐고 선택하게 하는 방식이다. 실험에는 당근 20개+호박 100개를 넣은 통과 당근 20개+호박 4개를 넣은 통, 당근 3개+호박 63개를 섞은 통과 당근 57개+호박 63개를 섞은 통도 사용됐다.
각각의 세트에서 기린들은 어떤 용기에 좋아하는 오이가 얼마나 많이 담겨 있는지 볼 수 있지만 연구자가 어떤 채소를 꺼냈는지는 알 수 없다. 2, 3번째 실험 세트는 기린이 각 채소의 절대적인 수뿐만 아니라 상대적인 빈도를 파악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테스트다.
기린들은 각 용기 세트를 이용해 실시한 20차례의 실험에서 좋아하는 당근이 나올 가능성이 큰 용기들(10개+호박 20개, 당근 20개+애호박 4개, 당근 57개+호박 63개)에서 꺼낸 채소가 들려있는 손을 17차례 선택, 성공률 85%를 보였다.
또 투명 용기를 위아래로 나눠 위에는 당근 20개+호박 4개, 아래에는 당근 20개+호박 6개를 넣은 용기와 위아래 모두 당근 20개+호박 20개를 넣은 용기 가운데 선택하는 실험과 위아래 모두 당근 20개+호박 20개를 넣은 용기와 위에 당근 4개+호박 20개, 아래에 당근 36개+호박 20개를 넣은 용기 중에서 고르는 실험에서도 모두 당근이 나올 확률이 높은 용기를 선택했다.
연구팀은 기린이 용기를 보는 시각 정보 대신 후각이나 실험자 행동 단서 등 다른 정보를 사용해 선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통제 조건을 사용한 경우에도 기린들은 영장류와 원숭이와 유사한 수준의 통계적 추론 능력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어 기린은 실험에서 용기에 든 당근과 호박 숫자 정보를 종합해 좋아하는 당근이 나올 확률이 큰 용기를 성공적으로 선택, 통계적 추론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기린의 뇌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다는 점을 고려할 때 큰 뇌가 복잡한 통계 능력을 획득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 아닐 수 있다며 통계적 추론 능력은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동물계에 더 널리 퍼져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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